'AS의 삼성'을 통해서 보는 한국사회의 노동문제

by eknews posted Mar 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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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의 삼성'을 통해서 보는 한국사회의 노동문제

산업화는 전통을 바꾼다. 농삿일에 흥을 돋우던 농악은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사물놀이'로 변형됐다.

'전통주'의 모습도 변했다. 집집마다 담가놓고 맛을 뽐내던 빚은 술은 예쁜 병이 담겨 판매된다. 전통의 산업화다.

연초의 일이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행사에도 산업화된 전통이 등장했다. 6시부터 열린 만찬행사는 '미래삼성'을 엿본다는 의미가 있어 오너일가의 말, 제공된 술과 선물 등 면면이 이슈가 된다. 건배주로는 복분자주가 올랐다. 
축하공연은 사물놀이패가 맡았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행사장 밖.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호텔 입구에서 "이재용이 책임지라"고 외쳤다. 삼성 마크를 달고 일하지만 애프터서비스(AS) 기사들은 삼성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사' 소속이다. 

법적으로 삼성은 책임이 없다.그러나 진정 삼성과 무관한가. 

작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인 서비스 센터의 채용계획을 수립하고, 실적평가를 해왔다. 합법적 도급이라면 업무가 완벽히 독립돼 있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역시 "위장도급이 우려된다"는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산업화가 가져온 노동의 가장 큰 변화는 고용주와 피고용인과의 분리와 단절이다

그것이 착취이든 생산성의 향상이든 어떤 용어를 사용하던 간에 중요한 건 무엇을 생산하든 서비스를 제공하든 간에 상관없이 아무런 의미없이 대가와 용역이 오고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 어떠하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을 고용한 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일하는 노동자가 생겼다. 전통시대엔 없었던 일이다. 

하도급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마저 침해당하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된다.

더욱 나쁜 것은 이런 양자의 단절을 은폐하기 위해 노동자 간의 단절과 괴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등의 이분법적 양산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구호마저도 집어삼켜 버렸다.
특히 임금 인상에 대한 추가 비용을 걱정하는 경영자들의 집단은 반대로 노동생산성 저하를 걱정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임금이란 무엇인가? 바로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본질적인 도구이다. 시장의 기능은 그 적정선을 조율한다. 하지만 왜곡된 노동시장의 구조는 그러한 적정선을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문제는 실상 이런 구조의 왜곡이 기업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몰각하고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뒷전인체 정규직 노조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는 경영자 집단의 행태는 솔직히 역겹다.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과 상식의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일자리 양산, 장년층과 청년층 간의 일자리 경쟁은 실상 대기업, 수출위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즉 정부와 경영자의 이해합치가 만들어 낸 ‘구조적’인 문제다. 

이렇게 본질적인 부분은 쏙 빼고 노사정 대타협이니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최저임금 뿐 아니라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정년 연장·노사문제 등은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며 고령화 시대 국민의 삶·창조경제의 기반인 인적자원·기업 경쟁력 문제에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노동·인적자원 문제가 단순히 경기에 대응하거나 부분적인 문제해결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문제는 국민의 행복,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서 항상 통합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령화시대와 청년실업, 산업경쟁력을 두루 감안한 통합적 관점에서 노동문제에 접근하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매년 최저임금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모적 논쟁이나 포퓰리즘에 의한 본질의 왜곡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삼성의 신년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건배사는 "열심히 도전하자"였다. 

의 도전 뒤에는 삼성마크를 달고 'AS의 삼성'을 지켜주는 노동자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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