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보다 더 중요한 한-EU FTA

by 유로저널 posted Oct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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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보다 더 중요한 한-EU FTA



지난 15일부터 한-EU간 FTA 4차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다지 순조롭지는 못한 모양이다.


특히 개방의 종류를 결정하는 상품 양허안이나 자동차 비관세 장벽 문제, 서비스, 금융, 원산지, 지적재산권 문제등 여러 분야에서 양측의 이견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양허와 관련해 EU측은 한미FTA와 완전히 같게 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측이 개선 가능성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자동차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서는 EU측이 한국의 자동차 기술표준을 인정하는 대신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의 자동차 기술표준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입을 허용해달라는 수정안을 제시해 검토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협상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3차에 걸친 협상에서 예견되었다. 양측의 접근법 자체가 다른 것이다. 우리 측은 미국과 EU와는 엄연히 다른 기준으로 FTA에 접근하고 있다.

사실상 외부충격으로 인한 구조 개혁 전망은 한-미 FTA로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협상에서는 산자부의 보수적인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EU에서는 한국이라는 상품시장에서 미국과의 동등한 경쟁을 원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협상이 앞으로 있을 EU의 FTA 협상의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입장차가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임에도 우리 측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타결로 긴장이 풀린 탓일까? 일단 정부 차원에서의 준비가 미흡했다. 예를 들어 지리적 표시제의 경우 이미 유럽에서는 100년 전부터 시행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 왔던 중요한 이슈임에도 우리측에서는 이에 대한 변변한 조사나 준비 없이 성급하게 대응하다 정작 협상 과정에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EU 내에서 등록된 지리적 표시의 보호 범위는 상당히 넓으며 상표 보호와는 차원이 다르다. 원래 상표권은 동일,유사한 영역의 상표 사용을 금지할 권리인데, 여기서 동일,유사한 영역인지 아닌지는 일반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키는지, 아닌지로 판단한다. 즉, 상표권 보호의 핵심 기준은 소비자의 혼동 여부다.

하지만, EU가 강조하는 지리적 표시 보호는 소비자의 혼동 여부를 묻지 않는 절대적인 보호이다.
반면 4차 협상에서 타결의 청신호라고 알리는 신입사원 장기 연수와 같은 인력의 이동은 오히려 우리보다 EU측에서 반길만한 카드일 뿐이다. 독일의 경제가 확대 일로를 걷고 있으며 아일랜드와 같이 최근 침체의 늪을 벗어나 성장일로를 달리는 나라의 경우 저비용의 고등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EU와의 협상은 우리측에게 많은 이점을 안겨줄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유로화의 가치가 이미 달러화를 압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제2의 교역상대국도 역시 유럽이다. 대 EU 수출 증가율 역시 타지역을 훨씬 상회한다.

반면 관세율은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이번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우리 경제가 나가야할 중요한 경제 모델 역시 완성될 것이다. 우선 정부는 늘어나는 FTA를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관련제도 개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이 매우 긴요한 과제다. 시장개방으로 야기되는 생산성 제고 효과는 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힘든 과정을 통해서만 확보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종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통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비즈니스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앞으로도 밀고당기는 메시지 교환 속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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