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종엽의 미디어 칼럼

한국 언론과 여론의 힘겨루기

by 편집부 posted Jan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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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과 여론의 힘겨루기

언론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중에 한국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들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심각한 뉴스로 다뤄졌지만 여론은 피해자인 기자단에 대한 동정론, 혹은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언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론보다 기자단의 잘못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 미디어오늘 보도, 기자들이 자초 46.2%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 중 발생한 중국 측 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정당한 취재활동으로 중국 경호원의 명백한 잘못”이라는 응답은 43.8%로 나왔다. 반대로 “폭행은 잘못된 것이지만, 무리한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응답이 46.2%를 차지했다.
 
두 가지 상반된 응답이 비슷한 수준이긴 하나 사실상 언론에 대한 싸늘한 시선과 여론이 드러난 것이다. 두들겨 맞고 들어온 식구한테 보일 법한 반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동정론보다 불신을 표현한 것이다.
 
# 세대별, 지지 정당별 여론 엇갈려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연령 및 정당 지지도별로 확연히 갈렸다. 19~29세, 30대, 40대에서는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를 탓하는 응답이 높았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중국 측 경호원의 잘못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464명) 중 58.2%가 기자들을 탓했고, 중국 측 경호원의 명백한 잘못이라는 응답은 37.0%에 그쳤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209) 지지자 중 51.9%가 중국 측 경호원의 잘못이라고 봤고, 38.4%가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 탓이라고 응답했다.
 
사건 이후 폭행 사태를 ‘폭거’로 규정하고 정상회담 성과마저도 빛이 바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다른 한쪽에선 한국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 행태가 폭행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기레기’라는 말이 회자됐지만 폭력을 정당화하는 여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같은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일부 극성 지지자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대통령과 관련한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SNS를 통해 집중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응답이 42.2%, “정도가 지나치므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6.8%로 나왔다.
 
서민 교수(단국대학교)가 ‘문빠 미쳤다’라는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중 극성 지지자가 있다고 비난하면서 갑론을박 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 역시 공방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 및 정당지지도로 보면 중국 측 경호원 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응답과 비슷했다. 19~29세, 30대에서는 표현의 자유 문제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응답이 높은 반면, 40대와 50대, 60대 이상에서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응답이 높았다. 민주당 지지자 중 51.4%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으로 봤고, 정도가 지나치다는 응답은 38.5%로 나왔다. 반대로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에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응답이 59.3%를 차지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는 응답은 30.8%에 그쳤다.
 
# 기자단 해제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중국 측 경호원 폭행 사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출입 기자단 축소 및 해외순방 수행 기자단 해체 요구와 관련해서 해체는 지나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왔다. “기자단이 제 역할을 못하므로 해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29.1%, “알권리를 보장해야 하므로 해체 주장은 지나치다”는 응답은 55.3%로 나왔다. 해외 순방 수행 기자단 해체에 대해서는 연령과 지역, 정당 지지도에서도 지나치다는 응답이 해체돼야 한다는 응답보다 모두 높은 것으로 나왔다. 중국 측 경호원 폭행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행태를 두고 공방이 치열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 해체 요구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홀대론 주장은 억지 51.7%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순방 중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당했다는 이른바 홀대론에 대해서는 “방중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는 응답이 51.7%로 나왔고,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28.8%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9.5%를 차지하면서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응답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 언론 적폐 청산 필요성 주장 80%
 
적폐청산 대상 중 검찰 개혁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언론 분야를 따로 떼놓고 적폐 청산 필요성을 물은 결과 청산해야 한다는 응답이 80% 넘게 나왔다. “언론 분야 적폐 청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52.9%,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응답은 27.5%로 두 응답을 합치면 80.4%가 언론도 적폐 청산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8.9%,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5.6%에 그쳤다.
 
# 미디어 독점 약화 지속, 언론의 신뢰도 낙제 수준
 
누구나 부정하지 않듯이 전통적인 언론의 여론 주도 위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었고, 언론계의 카르텔도 상당 부분 무너졌다. 언론을 바라보는 포괄적인 시선이나 세부적인 반응도 다양화 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했을 때 쏟아진 종편 모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한 종편의 '모 난' 방송과 기사로 깨졌고, 몇 몇 보수언론에 대한 불매운동도 이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어슬픈 진보 언론에 대한 무조건적 감싸기도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다.
 
이제 언론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탬이 되지 않으며, 언론과 여론은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할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는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고, 늘 비판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언론과 여론이 밀고 당기고 하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발전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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