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와인칼럼

[ 임주희의 살롱 뒤 뱅 ] #3 북부 론 와인 시음회

by 편집부 posted Mar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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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사진 1. 북부 론의 계단식 밭 _.jpg
북부 론의 계단식 밭

프랑스 리옹에서 TER 기차를 타고 북부 론의 작은 시골 마을 "탕 레흐미타주 Tain l’Hermitage"에 도착했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맞은 언덕으로 북부 론 특유의 계단식 밭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마치 여기, 이 좋은 밭이 우리 밭이야. 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밭 군데군데 유명한 도멘의 이름이 걸려있다. 
여기가 바로 세계적인 레드 와인 품종 시라 Syrah와 화이트 와인 품종 비오니에 Viognier의 고향이다!

북부 론은 보르도, 부르고뉴에 이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중 하나로서 9개의 아펠라시옹이 북쪽에서 남쪽까지 론강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마을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시라의 여왕 코트 로티 Côte Rôtie AOC가 있고 중간 즈음 시라의 왕이라 불리는 에르미타주 Hermitage AOC , 그리고 힘 있는 시라의 대명사인 코르나스 Cornas AOC가 있다. 그 외 비오니에 품종으로 유명한 콩드리우 Condrieu AOC도 유명한 마을 중 하나이다. 
프랑스 론 지역은 크게 북부 론 Rhône Nord과 남부 론Rhône Sud으로 나뉘는데 평균 해발 160m에 위치한 테라스 Terrace라 불리는 북부 론의 계단식 밭은 경사가 험하기로 유명하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어 수확한 포도를 운반할때도 당나귀나 도르래를 이용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척박한 땅에서 세계적인 고급 와인이 생산된다.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남부 론에 비해 대륙성 기후를 가진 북부 론은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고 북쪽에서 불어오는 미스트랄이라는 서늘하고 강한 바람 덕분에 강한 햇살에도 불구하고 포도에 산도가 유지되고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 
북부 론의 와인은 레드 와인으로는 시라, 화이트로는 비오니에, 마르산, 후산의 품종을 사용한다. 레드 와인에 화이트 와인을 섞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코트 로티 마을에서는 시라에 화이트 품종인 비오니에를 20%까지 쓸 수 있다. 마르산과 후산은 간혹 단독으로 쓰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혼합하여 사용된다. 
시라는 검은 과실 향, 검은 후추 향, 향기로운 제비꽃 향, 동물 향이 특징인 레드 와인 품종이다.
비오니에는 재배하기 까다로워 거의 소멸하였다가 80년대부터 재발견되어 현재는 북부 론의 콩드리우Condrieu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비오니에는 그 어떤 화이트 품종보다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_ 사진 2. 시음회장 전경 _ (1).jpg
시음회장 전경

2018년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80여 개의 북부 론 지역 도멘들이 참가한 34회 살롱 데 뱅 드 탕 레흐미타주 SALON DES VINS DE TAIN L’HERMITAGE는 각 도멘에서 올해 병입한 와인들을 맛보고 즉석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는 북부 론의 대표적인 와인 시음 행사이다. 
세계적으로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북부 론 와인과는 대조적으로 시골 마을의 순박함이 느껴지는 와인 시음회는 동네 사람들이 총출동한 모양새였다. 씩씩하게 주차 안내하는 할아버지,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는 할머니, 옷 보관 서비스를 담당하는 십대 소녀들, 그리고 카페테리아서 커피를 파는 7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참 정겹다. 조금 서투른 듯 최선을 다해 행사를 꾸려가는 동네 주민들의 진지한 눈빛은 그들의 와인만큼이나 멋졌다.

필자에게 이번 북부 론 시음회는 세 번째 방문이다. 올해는 2015년 및 2016년 빈티지를 맛볼 수 있었다. 2015년은 프랑스 어느 지역이나 농사가 잘 된터라 북부 론에서도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이고 2016년 역시 나름 선방한 빈티지라고 한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사람이 많아 숨이 턱턱 막혔다. 여행자의 피곤이 몰려오기 딱 좋은 온도로 누가 맞춰놓았나 보다. 명불허전 북부 론의 슈퍼스타인 폴 자불레, 엠 샤푸티에 뿐만 아니라 꽤 좋은 도멘들이 한자리에 있어 마음은 설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다리는 이미 무겁고 눈꺼풀도 내려앉는다. 힘을 내서 서너 시간 시음을 이어나가다 결국 방전된 몸을 이끌고 행사장을 떠나던 차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도멘 요한 미쉘 Johann Michel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몇달 전 파리의 유명한 와인 샵이자 식료품점인 그랑드 에피서리 Grande Epicerie를 방문했을 때 처음 보는 코르나스 마을의 와인이 있어 호기심에 구매를 했다. 점원도 잘 모르는 도멘이라고 하고, 인터넷에도 딱히 정보가 거의 없어서 미스테리한 도멘이군, 하며 와인을 셀러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던 차에 이번 행사장에서 그 와인을 만난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우리 와인을 어떻게 아냐며 주인아주머니는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와인과 도멘 역사도 꼼꼼히 설명해주셨는데 그런 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올 만큼 그냥, 와인이, 훌륭했다. 
_ 사진 3. 도멘 요한 미쉘의 부부 _ .jpg
도멘 요한 미쉘의 부부

도멘 요한 미쉘에서는 시라 품종으로만 4가지 와인이 출시된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10유로대의 퀴베 그랑 누아 Grain Noir, 2016은 목 넘김이 좋고 풍부한 과실 맛에 매끄러운 탄닌이 인상적이었다. 10유로대에 이런 품질의 와인이니, 처음부터 반칙이다. 두 번째 퀴베 코르나스 Cornas, 2016은 산도와 볼륨감의 균형감이 훌륭하고 아직 어리지만 세련된 탄닌을 가지고 있었다. 35유로 대의 퀴베 자나 Jana, 2016은 힘 있는 코르나스 와인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혀끝에 닿는 시원한 산도와 함께 온 입안에 퍼지는 화려한 시라의 향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현재 12살인 딸 자나가 태어나던 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퀴베라고 하니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었을까. 마지막으로 "엄마 미쉘"이라는 뜻의 70유로대의 메흐 미쉘 Mère Michel, 2016는 주인아주머니 자신의 퀴베라고 한다. 이 와인은 올해부터 새롭게 출시한 퀴베로 강한 코르나스 시라의 모습에 우아함이 더해져 그냥 맛있다는 감탄사만 연거푸 나왔다. 
마르틴 루터가 그랬다, 맥주는 인간의 작품, 와인은 신의 작품이라고.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감사 기도를 해야 할것 같은 와인을 간혹 만나게 된다. 나 같은 미물이 이런 완벽한 음료를 마실 자격이 되는지 돌아보게 되는 와인 말이다. 그런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와 직접 대화를 하고 그 투박한 손과 악수를 할 때면 괜스레 눈물이 난다. 
아이 같은 얼굴로 우리 와인을 좋아해 줘서 고맙다는 아주머니 얼굴에서 빛이 났다.
저야말로 이런 와인을 맛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담 미쉘.
북부 론을 떠나 스트라스부르로 향하는 기차에서 내내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역시 북부 론은 사람도 와인도 섹시하다.  

임주희 와인 칼럼니스트 
jhee12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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