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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만 피해입는 의료대란, 정부와 의사들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정부가 19년간 3,058명으로 고정됐던 의과대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1만 명 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상태다.

그동안 의사들은 의대 증원 확대는 물론 의료 안정성을 이유로 원격 의료에 대해서도 반대 견해를 피력해왔다.

따라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가 나면 의사들의 극한 반발이 충분히 예견 되었음에도 총선만 의식해 무대책으로 면허정지, 자격정지, 대표자 처벌만을 능사로 밀어 붙이면 해결된다는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식의 정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의료 개혁이 이야기가 될 때마다 이익집단화된 의사 단체들이 저항하고 결국 개혁이 좌절되는 일은 한두 번 반복된 일이 아니다. 이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지한 것이고 예상했는데도 아무 대책이 없었다면 무책임한 처사다.

의료대란이 발생한 지 46일 동안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윤 대통령은 최근 담화에서도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의사들을 비판했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2시간 20분간 진행된 전격 면담에 혹시나 갈등을 봉합할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가 모였지만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아 그 무능함과 무정책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면담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당장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면담은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가 예상되자 대통령이 갈등의 상대방과 면담을 하는 이벤트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불안해 하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어떠한 메시지도 없다.

면담 직전 박 위원장은 “행정부 최고 수장을 만나 전공의의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남”이라고 밝혔었다. 면담 종료 후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려 대통령실과는 정반대의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원칙적 예우에 그쳤고, 박 위원장은 비관적 전망을 표출한 것이다. 쟁점인 증원 문제에서 접점과 성과가 없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가 말로는 연일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날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방식대로 시종일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집했을 것이고, 박 위원장은 사전에 예고했듯이 ‘2000명 증원안’ 백지화와 일방적인 의대 증원·배정 철회도 요구했음 직하다.

대통령실의 발표에서도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막상 전공의 집단 사직의 배경이 된 의대 증원 문제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어쩌겠다는 것인지 일언반구도 없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국민이 받아야 할 전반적 의료서비스는 파행 상태에 들어갔고 이제는 필수적인 중환자 관리마저 위기에 처한 상황이어서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

상반기 인턴 등록 예정자 96%가 임용을 포기했기 때문에 내일 당장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의사 수급은 꼬일 대로 꼬이게 됐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버텼던 우리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이 겨우 정부의 무능 때문에 무너지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젠 의·정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린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가 의료개혁의 본질이자 궁극적 목표임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2000명 빗장’의 불씨를 지핀 윤 대통령과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대화의 물꼬만 열고, 의·정 협의체 구성·참여나 의료현장 복귀 소식 없이 첫 대화가 끝나버린 것이다. 

알맹이 없는 면담에 전공의들 반응도 싸늘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사전투표 전날 충분한 절충 준비 없이 ‘총선용 그림 만들기’에 집착했다는 비판대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다행히도 면담 이후 정부가 “최소한의 수치”라고 고집해 온 ‘2000명 증원’을 양보할 의향을 내비치면서 꽉 막혔던 의·정 간에 소통이 시작될 수 있게 되었고,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총선도 오늘이면 끝나니 신속하게 내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의해야 할 사안은 의대 증원 규모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같은 의료계의 숙원도 포함돼 있다. 양쪽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전공의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갈 기회이기도 하다.

4월 6일 열린 의협 7차 비대위 회의에서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힌 만큼 논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가야 한다.

윤 대통령과 정부, 의사들은 무엇보다 의료진이 계속 빠져나가는 병원을 보며 불안해 하는 환자를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의대 정원의 경우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강조해 왔지만 이것은 책임을 회피하기위한 비겁한 술수이다.

의료진들을 설득하기 위한 정책안을 세워 제시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의 최소한의 기본 업무이고 책임이다. 

의료개혁을 위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의사들을 설득해야 하며, 현장을 떠난 의료진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정부 책임이자 대통령의 리더쉽이다.

이번 의료대란도 정부와 윤 대통령의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리더쉽 부족에서 비롯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중재에 나서야 할 의대 교수들마저 정부를 향해 거친 언사를 퍼부으며 전공의 보호에만 몰두하고 있어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기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의사들과 교수들이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전공의들도 전향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진전된 노력을 보여주어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기약 없는 의·정 대치와 의료대란을 하루빨리 끝내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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