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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에 발목잡힌 남북교류, 우리의 길을 가야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 편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발표 하루만에 전격 취소하면서 북미간 긴장이 재확대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보낸 비밀편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무역 입장 때문에 중국이 유엔 제재에도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있지 않다”는  ‘중국 책임론’까지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감을 보이며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며 북·미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뜻을 내비쳐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서 벌어질 수많은 해프닝 중 하나일 뿐, ‘북·미 협상’ 구도 자체가 변질됐다고 보기에는 판단이 아직은 빠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 내 상황은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이 유죄를 받고,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없이 끝나는 등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이번에 확실한 방북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곤경에 처할 것을 우려한 처신일 수도 있다. 

판을 흔들어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전술일 가능성도 있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취소를 통보했던 때와 같이 북·미가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있다.  

솔직히 이와같은 트럼프의 일방통행식 외교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고, 북·미 협상 진전을 학수고대해온 한국인들을 낙담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미 불신 확대로 비핵화 의지가 약화되어 동력을 잃을까 우려된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가 중국의 비협조에 불만을 터뜨린 상황에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에 즈음해 이뤄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자칫 사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고, 폼페이오의 방북 성공을 전제로 거론돼온 ‘유엔총회 종전선언’ 구상도 불투명해졌다. 

애초 최상의 시나리오는 폼페이오 방북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3차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북-미 담판의 큰 결실이 맺어지는 것인 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미뤄지거나 완전히 취소되면 이 시나리오가 물건너가 황금의 9월을 놓치게 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로 북미 대화의 숨고르기가 완연해지면서 속도를 내던 여러 남북 대화ㆍ협력 사업도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측이 비핵화 진전이 없음에도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데다, 이를 이유로 우리 측이 관계 진전에 주춤거리기라도 하면 북한이 나서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가 없다고 비난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남북은 4ㆍ27 판문점선언에서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 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해, 즉시 가동이 가능할 만큼 개설 준비가 완료되어 합의서 서명만 남겨두었는 데 결국 미국의 눈치를 보며 무기한 연기 상태로 돌입하고 있어 약소국의 서러움을 가슴에 한으로 품게 한다.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데 남북교류만 앞서 나가면 대북 제재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미 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 기상도에 휩쓸리다간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점을 이미 경험했기에, 우리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9월 정상회담 등 남북 간 일정을 예정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또한,북·미는 그동안 ‘종전선언 우선’과 ‘비핵화 진전 우선’을 놓고 맞서 왔음을 고려해, 북·미가 접점을 만들기 위해 북한도 지금까지 여러 노력을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종전선언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핵시설 목록 제출’ 요구에 응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 국면에서 남북이 2차 정상회담으로 전환점을 마련했던 것처럼, 남-북-미 채널을 적극 가동해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북-미 교착 국면의 장기화를 막는 데 운전자 역할과 그 노력이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음을 또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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