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페인 무역 전면 중단 위협'에 유럽 여론은 일제히 유럽 단합 요구

by 편집부 posted Mar 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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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페인 무역 전면 중단 위협'에 유럽 여론은 일제히 유럽 단합 요구          스페인 '전쟁 반대'로 정면 돌파,  유럽 언론들,'미국의 동맹 파괴적 외교' 질타하며 강력한 연대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위한 기지 사용을 거부한 스페인을 향해 ‘전면적 무역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던지자,  스페인이 ‘제2의 이라크 전쟁 반대’를 외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고, 유럽 주요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동맹 파괴적 외교’를 질타하며 스페인과의 강력한 연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방위비 분담금(GDP 5% 요구)과 군사 기지 협력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반면, 산체스 총리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언급하며 "불법에 불법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국제법적 명분을 내세우며 미국의 군사 행동에 무조건 협력하지 않겠다는 '유럽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스페인에 대한 위협이 실제 관세 폭탄이나 무역 차단으로 이어질 경우, 스페인 내수 경기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산체스 연립정부의 존속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산체스 연립정부는 미국의 격렬한 비판 외에도 수개월간 엄청난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으며, 정부 붕괴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좌파 및 지역 민족주의 정당들로 구성된 의회 과반 의석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측근들의 부패 의혹으로 산체스의 입지는 크게 약화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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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상황에서 산체스에 대한 지지 중 상당 부분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만큼이나 우파 및 극우 세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는 모습은 산체스 총리에게 선거 전략상 이점이 될 수 있다. 최근 CIS 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77%가 트럼프에 대해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어, 우파 유권자들조차 이 사안에 있어서는 산체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스페인과 공동 운영하는 모론(Morón) 및 로타(Rota) 기지를 사용을 요청했으나 스페인 측이 거부하자, 스페인에 대한 전면적인 무역 엠바고(금수 조치)를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일(월), 스페인이 국방 예산을 GDP의 5% 목표치까지 증액하지 못했다며 나토(NATO) 내에서 "끔찍한 파트너"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끊을 것이다. 스페인과는 그 어떤 일도 엮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과의 무역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해, 전쟁 반대와 ‘국제법 파괴’에 대한 거부 의사를 재확인하며 강력하게 반박했다.

산체스 총리는 10분간의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 그리고 20여 년 전의 이라크 전쟁을 언급하며, 스페인 정부의 입장은 “전쟁 반대(no to war)”한다고 강변했다.

 산체스 총리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트럼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3월3일(화)에도 산체스 총리는  마드리드 총리 관저에서 행한 연설에서  트럼프의 무역 위협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분쟁이 스페인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경제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사회노동당(Socialist) 소속인 산체스 총리는 "문제는 우리가 아야톨라(이란의 종교 지도자들) 편에 서 있느냐가 아니다. 그 누구도 그렇지 않다. 핵심은 우리가 평화와 국제적 적법성의 편에 서 있느냐는 것"이라며, "하나의 불법에 또 다른 불법으로 응수할 수는 없다. 인류의 거대한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체스 총리는 정부의 입장이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 대한 태도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3년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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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3월 3일(화),  ' NO A LA GUERRA' (전쟁 반대)와 'DEFENSA DE LA LEGALIDAD INTERNACIONAL' (국제법 파괴에 대한 거부)가 적힌 화면 앞에서 TV 연설을 통해 미국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AI 협업 생성 (Gemini))

스페인은 가자 지구 상황에 대해 유럽 내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 중 하나로, 이스라엘의 행위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묘사하고 많은 EU 회원국보다 먼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다. 이러한 입장은 산체스 총리의 좌파 연합 파트너들은 물론, 중동 문제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전반적인 정서와 궤를 같이한다.

산체스 총리는 목표 달성에도 실패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만 악화시켰던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되돌아보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수백만 명에게 유사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같은 산체스 총리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언급은 많은 스페인 유권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보수 국민당(PP)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는 대중의 극심한 반대를 샀고 대규모 반전 시위를 촉발했다. 많은 스페인인들은 이 사건이 2004년 3월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직후 치러진 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이 깜짝 승리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라크 침공 며칠 전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의 기지에서 만났던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등 소위 ‘아조레스 3인조’를 소환하며, 그들이 유럽인들에게 준 ‘선물’은 "더 불안정한 세상과 더 나빠진 삶"이었다고 비판했던 바가 있다.

스페인의 유력 일간 엘 파이스(El País)지는 산체스 총리가 20여년 전 ‘아조레스 3인조'’를 소환한 것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를 깨워 국민적 단결을 꾀하는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엘 파이스지는 “트럼프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비호감도가 77%에 달하는 상황에서, 산체스의 ‘전쟁 반대’ 외침은 보수 유권자들까지 끌어안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은 한편으로 우려하고 있다. 명분은 챙겼지만, 실제 미국의 무역 보복이 시작될 경우 관광과 농업 분야에서 닥칠 경제적 파고를 정부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마드리드 전역에 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리스크, 유럽의 ‘강철 대오’ 시험대

현재 유럽의 여론은 “스페인을 향한 경제 보복은 곧 EU 전체에 대한 무역 전쟁 선포”라는 방향으로 집결되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유럽 내에서는 ‘미국 의존 탈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상임의장이 “EU의 전폭적 연대”를 약속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스페인과 미국의 갈등이 아니라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유럽)’와 ‘거래 중심의 힘의 외교(트럼프)’ 사이의 거대한 전쟁임을 시사한다.

독일, 극명하게 다른 의견 보여

산체스 총리의 이러한 태도는 메르츠 독일 총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메르츠 총리는 3월2일(화)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가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며 그 결과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나토 동맹국들과 달리 스페인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약속하지 않았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월 3일(화), 스페인이 트럼프의 메시지를 "크고 분명하게" 들은 후 미군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정부의 입장은 "단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주장을 단호히 부인했다.

독일 언론의 시각 ,“메르츠의 딜레마, 그러나 유럽 통합이 우선”

독일 일간 *슈피겔(Der Spiegel)지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트럼프와 회동한 직후의 분위기를 상세히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가 이란 정권 교체에 대해 미국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슈피겔(Der Spiegel)지는 논평을 통해 " 메르츠는 트럼프의 거친 요구와 유럽의 단결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은 알고 있다. 오늘 스페인을 희생양으로 내준다면, 내일은 독일의 자동차가 트럼프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독일 언론들은 ‘유럽의 단일 시장(Single Market)은 쪼개질 수 없다’는 메르츠의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뽑으며 트럼프의 ‘갈라치기’ 전략에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의 보도 ,“마크롱의 ‘유럽 주권론’ 다시 불붙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Le Monde)지와 레제코(Les Échos)지는 마크롱 대통령이 산체스 총리에게 즉각적인 연대를 표명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이번 사태를 ‘유럽 자립’의 결정적 계기로 보고 있다.

르 몽드(Le Monde)지는 “엘리제궁은 트럼프의 위협을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닌 ‘유럽 주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미국의 안보 요구가 유럽의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강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가자 지구와 이란 문제에서 스페인이 보여준 ‘도덕적 외교’가 미국의 경제적 폭력 앞에 무릎 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shkim@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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