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가부채, 약 5,000조 육박해 GDP의 63.5%로 ‘역행’
4년 만에 부채비율 상승,국민 1인당 약 5,890만원에 해당 , 한국인 1 인당 국가부채의 2,5배이상"
유럽의 경제 엔진이자 재정 건전성의 상징이었던 독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지정학적 위기 대응을 위한 지출이 누적되면서, 지난 4년간 이어온 부채비율 하락세마저 꺾이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독일 연방은행(Bundesbank)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총 국가부채는 전년 대비 1,440억 유로 증가한 2조 8,400억 유로(약 4,951조7,672억원)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부채 증가의 속도다. 특히 연방정부 부채는 한 해 동안 1,070억 유로나 급증했는데, 이는 전년도 증가 폭인 360억 유로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주정부,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기구 등 공공 부문 전반에서 채무가 일제히 상승하며 재정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GDP 대비 부채비율 63.5%, ‘마스트리흐트’ 기준선 이탈 심화
이로 인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전년(62.2%)보다 1.3%포인트 상승한 63.5%를 기록했다. 독일 유력지 슈피겔(Spiegel)은 "2020년 이후 이어온 부채비율 하락 기조가 다시 상승으로 반전되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부채 발행이 없었을 경우 경제 성장에 힘입어 부채비율이 오히려 2.0%포인트 하락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연적인 부채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막대한 재정 지출이 지표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이로써 독일은 EU의 재정 준칙인 ‘마스트리흐트 조약(GDP 대비 부채 60% 이하)’ 기준선을 6년 연속 지키지 못하게 됐다.
에너지 위기부터 국방력 강화까지 지출 부담 급증
독일이 재정 준칙을 회복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보조금이 재정에 부담을 주었다.둘째,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 방위기금(1,000억 유로)’ 조성 등 국방력 강화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국방비가 크게 증액되고 있다.
셋째,노후한 디지털 전환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철도·에너지망 등 기초 인프라 현대화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졌다.
금융자산 형성과 재정적자의 괴리
한편, 지난해 독일의 마스트리흐트 기준 통합재정적자는 1,190억 유로로 집계됐다. 실제 부채 증가액(1,440억 유로)보다 적자 규모가 작은 이유에 대해 연방은행은 "신규 차입금 중 일부가 순수한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금융자산을 형성하는 데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빌린 돈은 통계상 적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국가가 갚아야 할 전체 빚의 총량은 늘어나는 구조다.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이 '재정 준칙(Schuldenbremse)' 준수를 강조하면서도 우회로를 통해 부채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부채 상환 부담이 향후 독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마스트리흐트 기준(Maastricht Criteria)***
유럽 연합(EU) 회원국이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Euro)화를 도입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경제적 요건을 말한다.1992년 체결된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근거하고 있으며, 유로존의 경제적 안정성과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각 국가의 경제 수준을 일정 기준 이하로 맞추도록 강제하는 장치이다.
주요 기준은 크게 5가지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3개 회원국 평균치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아서는 안 되고, 당해 연도 정부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이어야 하며 총 국가 채무가 GDP의 6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독일 유로저널 김지혜 기자, jhkim@theeuro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