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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병가 제도’ 개혁에 “생산성 회복” vs “노동권 후퇴” 격돌

   평균 병가 14.8일, 유럽 최고치 기록에 정부 ‘유급 병가’ 강화 검토

이른바 ‘노동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 유급 병가 제도를 둘러싼 유례없는 논쟁이 불붙고 있다. 정부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가 제도 규제를 검토하고 나서자, 노동계가 ‘노동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의 병자?,  평균 병가 14.8일의 압박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의 연평균 병가 일수는 약 14.8일에 달한다. 이는 유럽 연합(EU) 내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높은 병가율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독일 집행부는 “생산성 회복 없이는 독일의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현행 유급 병가 제도를 더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병가 첫날 임금 삭감, 파격적인 규제안

정부가 검토 중인 제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임금 지급 구조 개편안으로 병가 첫날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가벼운 질병에도 관습적으로 병가를 사용하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건강 인센티브 도입안은 병가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다. 성실히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 전반적인 출근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즉각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독일 최대 노조 관계자는 “병가는 근로자가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건강권의 핵심”이라며, “병가 첫날부터 임금을 깎겠다는 것은 노동자들을 아파도 억지로 출근하게 만드는 ‘건강권 침해’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병가가 적은 근로자에게 보너스를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질병 유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이를 상금과 연계하는 것은 차별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식 ‘복지-노동 모델’ 중대 기로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닌,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독일식 ‘복지-노동 모델’의 균열로 해석하고 있다. 강력한 사회 보장 제도를 바탕으로 한 독일의 안정적인 노동 환경이 경제 침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자, 자본주의적 생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 차가 워낙 팽팽한 가운데, 이번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미 ‘병가 제도’라는 금기어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일 사회는 큰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독일 유로저널 김지웅 기자,  jwkim@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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