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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일부 회원국 “만장일치 폐지하고 다수결 도입해야” 개혁 촉구 

‘구조적 마비’에 폐지론 재점화, 집행위-외교수장 간 주도권 싸움까지

중동 분쟁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급변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유럽연합(EU)의 외교정책이 ‘구조적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회원국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장일치(Unanimity)’ 원칙이 특정 국가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면서, EU가 국제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폴리티코가 인터뷰한 EU 외교관과 전문가 등 9인은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규모의 차관 승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폭력 정착민 제재, 대러 제재 이행 등 핵심 사안에서 합의 도출에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정부는 국내 정치 일정과 맞물려 주요 결정을 반복적으로 저지하며 ‘거부권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르반 총리의 거취와 상관없이 만장일치 규정이 유지되는 한, 특정 회원국이 전체 의사결정을 인질로 잡는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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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웨덴 주도로 ‘가중다수결’ 도입론 부상

상황이 악화되자 독일과 스웨덴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방식의 근본적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EU가 국제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이번 입법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외교·안보 정책에서 만장일치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차기 정상회의에서 가중다수결(QMV) 도입 논의가 다시 제기될 것임을 시사했다. 가중다수결이 도입되면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전체 의사를 마비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거부권은 최후의 보루, 내부 갈등 여전

하지만 개혁안을 둘러싼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벨기에의 바르트 더 베버 총리는 “만장일치 규칙 개편 논의가 오히려 EU 내부의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 일부 국가들은 거부권이 자국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간의 외교 주도권 다툼까지 표면화되며 혼란을 더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외무장관은 집행위원장에게 외교 영역에서의 역할 범위를 존중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유럽안보이사회’ 창설 등 구조 개편안 고개

일각에서는 조직 자체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은 EU 외교 수장을 ‘집행위 수석부위원장을 겸하는 외무장관’으로 격상하고, 영국과 노르웨이 등 비EU 파트너국까지 참여하는 ‘유럽안보이사회’ 창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 스테판 레네는 현재의 유럽대외관계청(EEAS)을 집행위 내부로 편입하는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고위 외교관은 " 만장일치라는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1,000개의 기구를 새로 만들어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 개혁의 본질을 꼬집었다.

4월 말 예정된 차기 예산 및 외교 전략 협상에서 EU가 이 ‘구조적 마비’를 뚫고 통합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Gemini 협업 생성),유로저널 김세호 대기자,  shkim@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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