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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10.01 23:52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36)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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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는 주차장 들머리에서 왼편으로 꺾어 계단을 걸어 올랐다. 계단 끝 쉼터에는 음지는 물론 양지에도 아직 잔설이 남아있었다. 정아는 벤치에 쌓인 눈을 손으로 쓸어내고서 자리에 앉은 다음 은지를 무릎 위에 앉혔다.

화장장과 추모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벤치는 그날 인수 어머니의 절규에 떠밀려 화장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정아가 인수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던 자리였다. 운구에 참여했던 누군가가 달려와 방금 인수의 방에 불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려주었던 곳. 정아의 뇌리에 그날의 상황이 흑백의 그림으로 스쳐갔다.

“저기 좀 보렴.”

정아가 손짓으로 화장장 지붕을 가리켰다.

“지붕 말이에요?”

“아니, 지붕 위 굴뚝.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지? 그건 지금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가고 있다는 증거란다.”

“정말요?”

“그럼. 네 아빠도 저 굴뚝을 통해서 하늘나라로 가셨어.”

은지가 몸을 돌려 정아를 쳐다보았다. 정아는 은지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은지도 아빠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텐데,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지?”

“제가 봤다고요?”

“봤지. 바로 이 안에서.”

정아가 은지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아랫배에 댔다.

“에이, 뱃속에서 어떻게 밖을 볼 수 있어요? 엄만 아직도 나를 아기로 아나봐.”

“넌 틀림없이 봤을 거야. 아가는 엄마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법이니까.”

정아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은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가 저런 연기로 떠나가셨다니 정말 슬퍼요. 예쁜 길도 많은데 저렇게 좁고 캄캄한 굴뚝을 통해서 가시다니.”

정아는 한 손으로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먼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때 계단 아래에서 머리칼이 짧은 머리 하나가 불쑥 올라왔다. 정아는 건성으로 그편을 힐끗 보고는 시선을 다시 연기가 솟는 굴뚝 쪽으로 보냈다. 순간 은지가 정아의 팔을 당기며 엄마, 저기요! 하고 소곤거렸다. 정아는 그제야 다가오는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은지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미친개 아저씨에요!”

뚜벅뚜벅 걸어온 그가 은지 얼굴 가까이 상체를 기울이고는 성난 도사견처럼 이를 드러냈다.

“그래 맞다, 나 미친개다!”

은지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물었다.

“아니, 요즘 보기 힘든 모녀가 여긴 어쩐 일로?”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씀인데요.”

정아가 심드렁한 어조로 대꾸했다. 은지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정아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가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가만, 혹시 그쪽도 우리 철구 형님 장례에 온 거요?”

그가 몸을 틀어 화장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 깊은 산중에 뭐 하러 왔을까? 설마 도끼파 안테나로 여기 온 것은 아닐 테고.”

정아도 화장장을 바라보았다. 검은 정장들은 아직도 화장장 출입구를 겹겹으로 지키고 있었다.

정아는 그제야 며칠 전 뉴스가 생각났다. 이곳 양대 폭력 조직의 중간 보스급 두 사람이 술좌석에서 칼부림을 벌여 한 사람이 숨지고 한 명은 중태에 빠진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서 두 조직 간의 피의 보복전이 우려된다고 했었던가.

“그냥 아이랑 바람 쐬러 왔어요. 애기 아빠도 뵐 겸 해서요.”

정아가 손을 뻗어 추모관을 가리켰다. 멍한 표정으로 그편을 바라보던 미친개가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니까 요 귀여운 딸내미 부친이 저기에 있다는 말이지요.”

그가 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담배를 거푸 깊게 빤 다음 꽁초를 가까운 나목의 발치로 튕겨냈다. 은지가 꽁초를 주워서 저편 쓰레기통에 넣었다. 정아는 은지를 다시 품에 안으며 말했다.

“참, 보일러 기름 넣어주신 거 감사해요. 덕분에 집이 훈훈해졌어요.”

미친개의 표정이 확연하게 밝아졌다. 정아는 핸드백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가 영미에게 건넨 주유 영수증에 맞게 미리 돈을 넣어둔 봉투였다. 그가 봉투를 받아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뭐 다른 뜻은 없고 그 방에서 우리가 거시기 하다가는 내 거시기가 얼어불 것 같아서 주유소에 연락한 것뿐이오.”

그가 정아를 흘겨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제발 부탁드릴 게요. 돈이 되는 대로 갚을 테니까 이제 전처럼 집에 오셔서 재촉하지는 말았으면 해요.”

정아는 미친개를 쳐다보며 작심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의 한쪽 입 꼬리가 낚이듯 올라갔다.

“아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이제 우림각에서 돈을 긁어불 모양이요이. 입금만 확실히 되면 제발 오라고 사정을 해도 안 갈 것이니까 그리 알고 앞으로 확실히 합시다.”

미친개는 표준말과 사투리를 섞어서 쓰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뭔가 약간 흥분을 하면 사투리가 나왔다. 정아는 마담언니에게 선불금을 요청해두었다는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혹시 강 회장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빈말이 될 터이고 그러면 또 그걸로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서였다.

미친개가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정장 하나가 막 계단을 올라와 허리를 접었다.

“형님, 말씀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형님. 형님, 저쪽 아이들 집결중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형님. 저희들도 준비할까요, 형님?”

미친개보다 체격도 왜소하고 어려보이는 검은 정장이 형님을 남발하며 미친개의 눈치를 살폈다. 미친개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 새끼들이 결국 전쟁을 하자는 거구만. 좋아, 까짓 거 이참에 발라버리자. 다들 정신 바짝 차리라고 해. 연장 바로 쓸 수 있도록 차 트렁크 열어두고.”

“알겠습니다, 형님! 이 새끼들 오는 족족 잡아서 피를 빼버리겠습니다, 형님!”

“아따, 아우야, 여기 두 숙녀분 놀라게 뭔 말을 그렇게 비린내 나게 하냐.”

“죄송합니다, 형님! 용서해주십시오, 형님!”

검은 정장은 두 번이나 허리를 접고는 뛰어서 계단을 내려갔다.

“들었지요이, 곧 피비린내가 진동할 지도 모르니 어서 아이 데리고 여기서 나가도록 하십시오. 혹시 내가 뭔 일을 당하더라도 내 통장에 입금하는 거 잊지 마시고. 하하하...”

목젖이 보이게 웃고 난 미친개가 은지에게 다가와 다시 으르렁거리는 도사견 표정을 지어보였다. 은지가 다시 소스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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