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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지털 유로' 도입 앞두고 찬반 논란으로 격돌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유로 도입 여부를 결정지을 운명의 표결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정치권과 금융계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달러 패권에 맞서 '유럽의 독립'을 외치는 정부 측과, 막대한 비용 및 민간 서비스 위축을 우려하는 은행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치권·중앙은행, "달러 의존 탈피와 통화 주권 확보"

독일 정계와 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도입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CDU)는 "달러에 맞서는 기축통화로서의 유로"를 강조하며, 디지털 유로가 달러 환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SPD)는 유럽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한 '통화 주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요아힘 나겔 독일 연방은행 총재는 "독립적이고 회복력 있는 유럽 단일 결제 솔루션"을 강력히 요구하며, 디지털 유로가 유럽의 주권 보호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금 사용 감소 추세에 대응하고, 마스터카드(Mastercard), 비자(Visa), 페이팔(Paypal) 등 미국 기업에 장악된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은행권은 정부의 '주권' 논리가 소비자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으며, 오히려 공들여 키운 민간 서비스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반발한다.

울리히 로이터 독일 저축은행협회장은 최근 출범한 유럽 공동 결제 서비스 '베로(Wero)'가 디지털 유로에 의해 대체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베로는 미국계 페이팔과 카드사에 맞서기 위해 유럽 은행들이 야심 차게 내놓은 서비스다.

크리스티안 제빙 독일은행협회(BdB) 회장은 "디지털 유로가 또 다른 평행 세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존 민간 지갑 서비스와 통합되어야만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권은 실제 시스템 구현 비용은 유럽 은행들이 떠안는 반면, 페이팔이나 애플·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손쉽게 디지털 유로를 통합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간극

ECB의 디지털 유로 담당 피에로 치폴로네 이사는 디지털 유로가 은행들에게 미국 기업의 점유율을 뺏어올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득 중이다. 나겔 총재 역시 베로와 디지털 유로의 결합이 "윈윈(Win-win) 상황"이 될 것이라 낙관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 정부가 디지털 유로 도입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어, 은행권의 반대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단 하나의 정부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입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독일 유로저널 김지혜 기자,  jhkim@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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