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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10.02.10 05:29

친정집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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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 나들이

지난 토요일 오후, 초대받은 백일잔칫집에 갔는데 가보니 미리 와 계시는 몇몇 새로운 얼굴들도 있었지만 또 이전에 보아서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멀리 런던에서 오신 분들은 백일잔치에 쓸 떡케?이며 나눠먹을 떡까지 들고온다고 정말 힘들었을텐데 그 고생을 마다않고 하신 것이었다.  
“아침을 열한시에 주고나서 아직까지 밥도 안줘요.”
“밥도 잘 안주는데 힘들게 그 멀리서 왜 오셨어요?”
“그러게 말예요.  밥도 잘 안주는데 이 집은 왜 그리 오고싶은지 모르겠어요.  이집 왔다가면 꼭 친정집 왔다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저게 참 머리가 잘 안돌아가요.  그냥 세끼 밥 챙겨주는 게 돈이 덜 드는데 밥은 잘 안주면서 바리바리 싸서 주니 말예요.”
늦은 점심도 안주면서 런던에서 올라오신 분의 가방을 들고 그안에 뭘 챙겨주려는지 이리저리 분주히 다니는 그집 안주인을 보면서 우리는 우스게소리로 그렇게 얘기를 나누었지만, 정말로 그걸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었다.  
그집에 오는 여자들마다 다들 그집 안주인보다 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그집에만 왔다가면 꼭 친정집 나들이 갔다오는 기분이 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마음씀씀이가 넓고 큰 그녀는 이사람에게는 이사람에 잘 맞는 그 무엇들을 저사람에게는 저사람에게 꼭 필요한 그 무엇들을 헤아려서 챙겨주는 기묘한 눈이 있다고나 해야할까?  
하여튼 그집에 드나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집을 돌아서 나올 때 그집에 다시오고픈 마음을 들게하는 사람이다.  
그집에 오는 모든 사람이 다 변죽이 잘 맞는 것은 또 아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람은 이사람대로 저사람은 저사람대로 그집에 가면 마음이 푸근하다는 점이다.  
“아니 집사님도 오셨어요?”
“왜요?  내가 못올 데를 온 것도 아닌데…” 나는 사실 그날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겸해서 그집에 간 건데…  
내게 그렇게 말하는 이는 그집 안주인이 나를 마치 제 친정엄마 챙겨주듯 살갑게 챙겨주는 걸 잘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나이로 치자면 큰언니와 막내동생 뻘인데 주고받는 마음으로 치자면 거의 엄마랑 딸 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재봉틀에 영 젬병인 내가 늘 솜씨좋은 그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우리 아이 학교 교복 상의의 뱃지도 그녀의 솜씨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고 우리집 거실의 산뜻한 커텐도 그녀의 손길에 의해서 멋지게 완성된 것이었다.  
다만 하나 먼저 영어를 공부한 내가 그집의 여러가지 서류들을 때때로 통역해주는 대서소 역할이나마 해줄 수 있으니 그걸로라마 내가 그녀에게서 늘 받는 사랑과 정성에 작은 되갚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들 진짜 친정집은 너무 멀어서 쉽게 가기도 힘들지만 가까운 곳에 마치 친정엄마처럼 마음 따뜻이 살갑게 챙겨주고 마음 푸근하게 해주는 정겨운 이웃이 있다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져간다 할지라도 주위에 이런 사람 한둘이 곁에 있으면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하나님의 사랑이 살아 숨쉬는 살만한 세상인 것을…
백일을 맞는 사랑하는 그집 막내아들과 아이들을 씩씩하게 잘 키워내며 주위사람들에게 늘 사랑과 정성을 아낌없이 베푸는 그집에 하나님의 축복이 늘 가득하길 빌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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