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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드롬과 정당정치의 위기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는 우리나라 강연문화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이다. 예약 신청은 몇 분 만에 종료되고 현장에선 참여자들로 좌석과 복도, 무대가 꽉 메워진다. 지난 6월부터 인구 30만 명 이상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는 이른바 '청콘'은 현재 22차례 열렸다. 이 강연은 내달 초까지 이어질 계획인데 '청콘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장년층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콘서트는 무대 위에 조그만한 테이블을 놓고 마주 앉은 안 교수와 박 원장의 대담으로 이뤄지면서 도중에 초대 손님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오간 많은 얘기들의 벼리는 단연 '공적 헌신성'이다. 사회와 개인의 과거에 대한 판단도, 현재에 대한 해석도, 미래에 대한 지향점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청콘'은 이 단어를 뼈대로 살과 근육이 붙고 피가 돌면서 생명력을 얻고 있다. '공적 헌신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향상을 위한 노력과 희생을 뜻한다. 어찌 보면 공허하거나, 도덕군자의 하품 나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이 낱말은 '청콘'에선 단단한 실체를 갖고 청충들의 공감과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 바탕은 바로 안 교수의 실천의 힘에서 나온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20대 후반에 의예과 학과장을 지낼 정도로 잘 나가던 안 교수가 의사의 길을 접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회사를 세운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사회에서 환자를 돌볼 의사들은 많지만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공익적 판단이었다. 이후 안철수 연구소(안랩) 경영 10년간은 가시밭길이었다. 이런 고난 속에서도 1997년 미국계 세계 최대 보안회사의 1천만 달러 매각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미국 백신의 한국 시장 장악을 용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안랩이 제자리를 찾자 그는 CEO 자리를 미련 없이 버리고 미국 유학을 떠나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늘상 새로운 도전으로 세상에 참신한 파문을 던졌던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의에 의한 부분도 있고, 또 타의에 의한 부분도 있다. 덕분에 정치권은 특유의 이해득실 판단에 열중이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 근거한 안철수 신드롬이 ‘비정치적’ 세력화를 가능하게 하고 기존 정치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이러한 신드롬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우리 사회의 의견을 표출하고 서로의 갈등을 조율하는 일이 ‘정치’의 광의적 정의라고 할 때, 이미 ‘비정치적’이라는 표현 역시 정치적 행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당에 기반하지 않고 멘토와 개인의 진정성에만 의존하는 안 원장과 그 주변 인사들의 발언들은 한 편으로는 모순적이면서 또 다른 한 편으로 지극히 위험하다. 즉 정당정치의 틀을 벗어나 자칫 엘리트 중심의 권력집단의 탄생을 다시 한 번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치의 개인화’ 추세가 강화될 경우 정당 중심의 책임 정치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정치의 성공과 실패는 노무현, 이명박이라는 대통령 개인의 성공과 실패로 치부되고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책임 소재도 흐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존 정당의 체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혁신적 정당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그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여로 존중받아야 한다. 반면 개인의 지명도와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개인 정치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안철수 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자질과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정당을 부정하는 정치는 결국 개인의 정치 실험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기존 정당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 뜻을 모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면 된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싶다면 기존 정당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해서, 안 원장의 정치적 이상을 함께 해 줄 정당은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도 꽃피우고 정당 정치도 강화하는 안 원장의 좋은 선택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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