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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황금자 할머니 별세통해 한국 정부 부끄러움을 알아야

소녀상.jpg

1924년 함경도 태생인 황금자 할머니(등촌3동)는 9세 때부터 혼자가 되었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고 살다 17세가 되던 해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흥남의 한 유리공장으로 끌려가서 노동을 했다. 3년 뒤 다시 간도지방으로 끌려가 5년간 일본군 종군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일본군의 군화발로 짓밟혀 뒤틀리고 뭉개진 손가락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할머니의 거친 인생을 말해 주었다.

광복 후 조국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가정을 꾸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외로움에 길에서 떠돌던 여자 아이 하나를 데려와 양녀로 삼았지만 이 아이마저 열 살을 못 넘기고 죽어 다시 혼자가 됐다. 눈길을 헤치며 남대문 집에서 홍제동 화장터까지 죽은 딸을 업고 걸어가 화장장의 뜨거운 불길 속으로 던졌다. 측은한 할머니의 모습에 한 아주머니가 건네준 ‘뜨거운’ 국 한 사발이 춥고 배고파 죽을 것만 같았던 할머니를 살렸다.

위안부로 지낸 고통의 세월을 기억에서 지워내지 못한 할머니는 환청과 망상 속에서 망가진 건강으로 늘 병을 달고 살았다. 길을 지나가는 고등학생 교복만 봐도 일본 군인으로 착각하고 밤이면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환청에 시달려 잠을 뒤척이곤 했다. 남을 믿지 않아 외톨이로 지내며 사납고 무서운 할머니로 온 동네에 소문났고, 눈에 거슬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할머니는 괴팍한 성격이라며 이웃들로부터 따돌림도 당했다.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찾을 수도 없었던 할머니가 2002년부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당시 등촌3동사무소에 근무했던 김정환(現 강서자원봉사센터 팀장)씨와의 만남으로 피 맺힌 한에서 서서히 해방되어 갔다. 날마다 동사무소에 들러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만만 털어놓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차분히 들어주며 작은 관심과 사랑으로 가슴 깊숙이 맺힌 한을 스스로 풀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으로 집으로 찾아와 사랑을 전해주는 김 씨를 아들로 삼았다.

유일하게 정을 나눠준 김 씨에게 할머니는 평생 모아온 돈을 남겨주고 싶었다. “네가 안 받으면 관 속에 넣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할머니에게 뜻 깊은 곳에 쓰자고 김 씨는 설득했다. 천주교재단의 공원묘지를 마련한 할머니는 김씨와 함께 둘러보고 오면서 마음을 바꿨다.

“이제 평생 모은 돈을 관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겠다. 평생 모은 돈인 만큼 소중한 곳에 쓰고 싶다”면서. 마지막 인생에 돈을 가장 보람 있게 쓰는 것을 고민하다가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돕기로 했다.

2006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4000만원을 강서구장학회에 내놓았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집 근처 복지관 무료 급식이나 배달 도시락으로 때우며 자신을 위해 쓰는 데는 한 푼도 벌벌 떨면서 모든 보조금을 꼬박꼬박 모았다.

11평 임대아파트의 난방비도 아끼고자 겨울에도 두꺼운 잠바를 입고 견뎠고 폐지까지 주워 모아 팔았다. 이렇게 모은 소중한 돈을 2008년, 2010년에도 3000만원씩 내 놓아 총 1억원의 이자수입으로 네 명의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황금자여사 장학금''을 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들은 237명이다. 

지난 2011년 박서운 할머니가 중국 지린성에서 타계한 데 이어 그해 김요지 할머니가 87세로 숨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 26일 황금자 할머니가 별세하였다. 이로써 현재 생존해 있는 이들은 55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80대 후반의 이들마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누가 역사를 증언해 줄까.

할머니들은 이제 하나 둘 삶을 마감하고 있다. 올해에만 16명이 세상을 떠났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모두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 앞에 두 번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우리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오죽하면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위안부 배상 문제에 국가가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을까. 

정부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유로저널 관련 기사 2014년 6월 11일자 : 
              /?mid=kr_politics&category=26877&document_srl=43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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