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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이 그만한 정도에서 머문 것은 여러 모로 불행 중 다행이다. 우선 박근혜 대표가 치명적 상황을 모면한 것은 박 대표 개인뿐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도 다행스럽다. 만약 불행한 가족사를 지닌 그녀에게 또 다시 큰 불행이 닥쳤더라면, 정국도 혼란스러워졌을 것이고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도 깊었을 것이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단언하긴 좀 이르지만, 테러가 사회 부적응자의 개인적 일탈 행위로 밝혀지고 있는 것도 다행한 일이다. 피로서 쟁취한 우리들의 민주주의가 고작 정치적 반대자에게 테러나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면, 우리들은 너무나도 허망하고 남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이 근원적으로 가셔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적대감과 증오심이 거의 병적인 수준임을 확인했다. 사건 이후 한나라당의 반응이나 일부 신문의 보도에서 드러난 정치적 적개심과 증오심은 앞으로 더 큰 불행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갖게 한다.
  사건이 나자마자 한나라당 측은 확인도 하지 않고 즉각 이 사건은 정치적 테러이며 배후가 있는 조직적 행위라고 단정하고 나섰다. 검?경의 중간 수사 발표가 있은 뒤에도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이 “제1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한 살해 의도가 있는 정치 테러”라는 더욱 더 강경한 주장을 하고 있다. 신문들도 의혹을 증폭했다. 사건 다음 날 일부 신문들의 편집과 표제는 이번 사건에 정치적 배후가 있기를 애써 바라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증오심과 폭력성을 자극하는 이런 정치권과 언론의 선동이 앞으로 또 다른 충격적인 범죄를 촉발하지나 않을 것인지 적이 염려스럽다.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최종적인 결론이 난다고 해도 정계와 정파적 언론이 증폭해 온 증오감과 적대적 분위기가 범죄의 먼 원인이 되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피습사건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거의 5%나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이런 지지율 상승은 반길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이성적 판단에 의한 건전한 지지가 아니라 억지로 자극해서 만들어 낸 감정적 증오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우리 정치는 늘 증오에 가득 차 있는 것일까?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재니스 A 스프링의 주장에 따르면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쓴 ‘어떻게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에 따르면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참여할 때 가능해 진다. “상처를 입힌 사람들이 그 상처의 보상을 위해 노력하면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달랠 향유를 발라줄 때, 상처 입은 사람들은 분노와 복수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상처에서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현대 정치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와 원한을 남겼다. 그러나 정권 교체는 경험했지만 상처를 입힌 세력과 상처를 입은 세력 간에 단 한 번도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과정이 없었다. 그저 권력을 뺏고 빼앗기는 정치 공학적 과정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스프링 교수의 이론을 빌린다면 이것이 우리 정치가 적대감과 증오심으로만 가득한 정치적 제로섬 게임을 계속하는 근본 원인일 것이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을 계기로 여야 양쪽에서 증오를 증폭하는 정치 관행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갑다. 이러한 자성론이 여야 양쪽 모두에서 대세가 될 수 있도록 세를 결집하고 확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정치에도 희망이 생긴다.
  증오의 정치는 결국은 여야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이번 5?31선거전에서도 여는 지방권력 심판론, 야는 정권 심판론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자극적인 발언들을 통해 국민의 감정풀이는 해 주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구호였다. 심판 그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심판한 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여도, 야도 그저 심판론으로 적대감과 증오심만 부추겼을 뿐이었다.
  독버섯이 음습한 토양에서 돋아나는 것처럼 증오의 풍토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은 극우?극좌와 같은 극단 세력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발맞추어 일부 극우 인사와 극우 네티즌들이 신바람이 나서 날뛰고 있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의 말이 생각난다. “복수는 우리의 미덕이고 증오는 우리의 의무이다” 증오의 정치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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