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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은 최악의 선택

  1999년 3월24일 만 72세의 페리 전 미 국방부 장관은 15

세의 손자 마이클을 대동한 채 서울을 방문했다.

마이클은 페리가 1984년에 서울에 와서 손자로 입양했던

한국 소년이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의 국방부장관을 지낸 페

리는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1990년대 초에 형성된 북

한 핵위기 당시에 준비한 ‘영변 폭격계획’을 만드는 데

직접 관여했다. 1990년대 초반의 대북강경파였던 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아서 이른

바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정책과 조화를 고려한 ‘페

리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그가 마련한 페리 프로세스의 핵심 내용은 북한과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들이 상호위협을 줄이면서 호혜관계를

구축하는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대북정책에 맞추어져 있

다. 1단계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고 미국은 대

북경제제재를 완화하고, 2단계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

발을 중단하며, 마지막으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여 한

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1999년 9월17

일에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취했고, 같은 해 9월24일

에 북한 당국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예를 선언했다. 그

리고 2000년 10월에는 북,미 간에 공동코뮈니케가 마련

되었다. 페리는 적어도 최근까지 자신이 만든 페리 프로

세스에 입각하여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을 비판하

는 입장을 유지하였다.

  지난 22일 페리는 그의 동료인 에슈틴 카터 전 미 국방

성 부차관보와 함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미국의 선

제공격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완벽한 요격 능력이 검

증되지 않은 미사일 방어체계보다 확실한 요격이 보장되

는 잠수함에 탑재된 크루즈 미사일을 이용하거나 폭격으

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를 공격해 파괴해야 한다고

했다.

  페리와 카터 모두 공학도 출신 안보전문가임을 고려할

때 요격작전의 성공을 기술적 차원에서 철저하게 고려했

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응전 가능성에 대해 그들은 낮게 평가했다. 별도의 인터

뷰를 통해 에슈틴 카터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도

발 구실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북한의 보복

도발 능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페리와 카터의 이러한 제안은 두 가지 점에서 북한 당

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첫째, 부시 행정부

가 아니라 어떠한 미국의 행정부도 북한의 핵무기체계

완성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페리가 올해 1

월5일에 백악관을 방문하여 전직 미국의 국방부와 국무

부 장관들과 함께 현재 부시 행정부 고급관리들과 안보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고려하면 민주당과 공화당 구별

없이 미국 전략가의 인식공유는 분명하다. 둘째, 미국은

북한의 응징보복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제공격 이후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응징보복 의지와 능

력을 1990년대 초에 비해 현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점

이다.

  지난 13년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향상시킨 기

간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보다 정

밀하게 판단할 수 있었던 기간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

전략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인식을 바로 알고 대

응해야 한다. 비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핵실험 선

언이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또한 그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최근 한 기자가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의 한 전문가에

게 페리가 선제공격을 제안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페리

프로세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배신과 무시에 대한 그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15세 손자의 조국에 평화

체제를 선물하고 싶었던 페리 할아버지의 분노에 담긴

전략 메시지를 남,북한 당국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

은 당장 핵실험 선언을 철회하고 6자회담에 성의 있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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