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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5.14 03:03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64)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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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거칠게 몰아 부치던 그가 마침내 비음을 터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아는 땀이 흥건한 더벅머리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었다. 
“어휴, 죽는 줄 알았네!” 그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휴지로 분비물을 대강 닦아낸 정아는 침대 아래로 내려서서 그에게 등을 내주었다. 그가 주저하다 몸을 맡겼다. 정아는 그를 업고 비틀거리는 걸음을 추슬러가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 턱에 걸터앉힌 다음 더운물을 틀었다. 
“장렬하게 전사했구먼!”
그가 자신의 하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정아는 그의 성기가 다시 커지면 어쩌나 싶어 사타구니를 씻길 때는 자극이 되지 않게 부러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바디워시로 몸 전체에 거품을 낸 다음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씻어냈다. 마른 수건으로 뽀송뽀송하게 물기를 닦아내고는 다시 업어 침대로 왔다. 그를 눕히려고 이불을 걷고 보니 아까 정아가 누웠던 자리에 분비물 자국이 선명했다. 크기가 손바닥 두 개 정도의 넓이라서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아는 수건에 물을 적셔와 자국을 훔쳐내고 마른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더벅머리가 눈을 치뜨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아무래도 당신은 아타라시가 아닌 것 같아.”
순간 뜨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바로 말을 받았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정아는 여기서 대처를 잘못하면 위기가 올수도 있겠다는 느낌에 부러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주먹으로 자신의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뭐랄까, 콕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정아는 닦아낸 자리에 마른 수건을 가져다 덮었다. 그러면서 더벅머리의 질문에 가장 현명한 대답이 무엇일까를 궁리했다. 정아는 더벅머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의학적으로 규정하는 아타라시는 아닐 수도 있겠지요. 아무래도 의학적인 정의와 우리 우림각에서 말하는 아타라시의 개념에는 좀 차이가 있으니까요. 우리 우림각에서 아타라시란 아가씨가 입사해 다찌 신분으로 첫 손님을 맞는 것을 의미해요. 그런 의미로 보면 저는 아타라시가 분명한 거지요.”
정아는 침작한 어조로 조곤조곤 말했다. 
“그런 식이면 손자 손녀가 줄줄이 달린 할머니라도 당신네 업소에서 처음으로 일을 하면 아타라시잖아. 안 그런가?”
“설마요. 단언컨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혹시 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셔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정아는 더벅머리가 혹시 클레임이라도 걸어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염두에 두고 좀 도전적인 어조로 물었다. 
“아니야, 당신의 서비스는 훌륭했어.” 그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근데 왜 아타라시가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을 가지신 걸까요?” 
정아는 아까 의학적으로는 아타라시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한 대답이 혹시 부메랑이 될 지도 모른다 싶어 불안해졌다. 
“나는 당신이 아타라시라고 믿고 있지. 그런데 조금 전 시트를 닦아내는 능숙한 솜씨를 보면서 저건 경험에서 나온 행동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확 들지 뭐야.”
그가 분비물 흔적을 덮은 수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아는 뜨끔했지만, 애써 담담한 어투로 대꾸했다.  
“그러셨군요. 전 그저 당신 곁에 누울 자리가 필요해서 그런 것인데...”
정아는 부러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래로 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정아는 휴지를 뽑아들고 돌아서서 얼른 훔쳐냈다. 그가 욕실을 가리키며 씻고 오라고 말했다. 정아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아가 침대로 돌아왔을 때 더벅머리는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정아는 다시 이불을 덮어주려고 이불귀를 잡았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그러다 혹시 깨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정아는 우두커니 서서 더벅머리의 나신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남자의 몸을 이렇게 노골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뭉툭하게 잘린 허벅지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다리 하나로 직립보행을 해야 하는 이 남자의 모질게 꼬인 삶이 짐작되었다. 멀쩡하게 두 다리를 가지고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세상인데 저런 장애를 가졌으니 오죽이나 힘이 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정아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더벅머리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전에 인수에게 관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정아는 사람을 볼 때면 늘 먼저 살피는 부위가 있었다. 가장 먼저 살피는 건 눈이었다. 인수 주장에 따르면 눈이 맑은 사람은 자기 눈에 담긴 상대에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더벅머리는 지금 눈을 감고 코를 맛있게 골고 있으니 당장 눈 감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낮에 처음 마주친 눈빛은 꽤나 맑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으로 보는 건 눈썹이다. 눈썹은 짙고 숱이 가지런히 정돈되어야 한다. 그래야 형제간의 우애가 깊다고 했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눈썹도 합격점인 것 같다. 졸고 있는 송충이같이 비교적 단정한 모양새니까. 아래로 내려와 코를 본다. 코는 곧고 솟은 콧등에 망울이 도톰하면서도 콧구멍은 크지 않은 게 좋다고 했다. 더벅머리는 콧구멍이 크다는 점에서 곤궁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귀의 형태를 보려 했으나 긴 머리칼 때문에 잘 보이지가 않았다. 다만 살짝 드러난 귓불의 도톰한 모양새로 보아 자기가 가진 복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람이리라 짐작만 할 뿐. 
정아는 두서없이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픽 실소를 터트렸다. 그런 식의 정보를 인수의 관상에 대비하면 인수는 절대로 칼을 맞아 요절할 상이 아니었다. 대단히 우애 있는 집안에서 부자로 천수를 누려야 마땅했던 것이다. 
정아는 일어나 북쪽 창가로 갔다. 불을 밝힌 시내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는 덕분에 시야가 툭 틔어 멀리 바닷가의 방파제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까지도 선명하게 보였다. 저마다의 사연을 어둠 속에 내맡긴 채 밤을 맞이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왠지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어 서글퍼졌다.  
더벅머리는 옆으로 돌아 누워 둘둘 말린 이불을 안고서 새근거렸다. 정아는 냉장고를 열고 생수를 꺼내 두어 모금 들이켠 다음 다시 창가로 갔다. 창유리에 이마를 대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섯 쌍의 커플이 떼 지어 호텔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조도가 낮아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대로 보아 술자리를 끝낸 우림각의 동료들일 거라 짐작했다. 그들은 마치 동화나라에서 온 것처럼 작아서 언뜻 보면 사람이 아니라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난쟁이인형 같았다. 난쟁이아가씨들은 하나같이 난쟁이사내들의 팔에 매달려 종종거렸다. 저 난쟁이아가씨들은 어쩌다 밤이면 부나비처럼 호텔로 모여들게 되었을까. 저들도 나처럼 사채를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사채 생각을 하자, 정아의 뇌리에 미친개의 부라린 눈동자가 불쑥 떠올랐다. 
정아는 하아,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 회장에게 딸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건 분명한 협박이었다. 내일 낮에 만나보면 구체적인 조건을 알 수 있을 테지만 혹시 그의 요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면 금전적인 것보다 잠자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그게 단발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자 비극의 전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처음부터 모두 까발려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먼저 강 회장을 만나 사실대로 털어놓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면 강 회장은 과연 내게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가. 유부녀임에도 아가씨라고 속였으니 응분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상호 신뢰를 져버렸으니 당장 해고를 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우림각을 나와야 한다면, 그리되면 이미 강 회장이 미친개에게 지급한 내 사채는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자 몸이 떨렸다. 정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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