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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8.07 20:05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73)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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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낮달의 시간


전화는 간격을 두고 세 차례나 더 울렸다. 영미는 부러 받지 않고 운전에만 열중했다. 다나카는 지금쯤 꽤나 당황하고 있을 터였다. 연락한 상대마다 예전 같은 환대는커녕 아예 무시하는 느낌까지 받았을 테니 말이다.

다나카의 꼼수와 횡포 소식을 뒤늦게 접한 장 마담의 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즉시 아가씨 전원을 소집해서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스무 명이 넘는 아가씨가 개별 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터였다. 자수해서 광명 찾자는 장 마담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영미와 미경은 모종의 눈길을 주고받으며 끝까지 시치미를 뗐다. 영미처럼 눈동자가 흔들리는 아가씨가 곁에 서너 명은 더 있었으니 실제 인원은 훨씬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장 마담이 그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장 마담은 역시 고수였다. 실수를 인정한 자수자의 용기를 칭찬하고 그들에게 벌 대신 오히려 상을 내려 정리했다. 상은 바로 한 달 간 첫 타임에 나갈 수 있는 특전을 준 것. 어쨌거나 장 마담은 앞으로 우림각을 통하지 않고 손님과 개별 거래를 하는 경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퇴출한다는 강력한 금지령과 함께 앞으로 다나카의 경우는 접촉만 해도 처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능구렁이 같은 다나카라 해도 별 수가 없을 터였다. 능청과 화려한 언변을 쓸 기회 자체가 봉쇄된 셈이니까.

영미는 곧장 경철의 빌라 주차장으로 가 같은 자리에 차를 세웠다. 큰길로 나오다 돌아서서 빌라 베란다를 빤히 쳐다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차를 가져왔다는 핑계로 전화를 걸어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으나 혹시 저번처럼 부인이 받는 어색한 상황이 재연될까봐 생각을 접었다. 그 통화로 인해 경철은 부인과 불필요한 언쟁을 벌였다고 했던가. 그때 부인이 경철에게 그랬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가끔 그 아가씨 목소리가 자꾸 환청처럼 들려와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낌이 별로이니 당신도 앞으로 경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때로 여자의 직감은 무당의 신기와 비슷하다더니 그게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내의 말을 명심하지 않은 경철은 지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50%의 확률로 자신의 아기를 가진 셈이다.

택시를 잡아 곧장 집으로 갈까 하다 좀 걷기로 했다. 점심에 먹은 음식이 고스란히 위에 뭉쳐있는 것처럼 느껴져 속이 편치 않았다.

주저하다 전화기를 꺼내 경철에게 차를 제자리에 두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정아에게도 파이팅 하라는 덕담을 남겼다.

지금쯤 우림각에서는 초이스가 한창일 터였다. 정아의 파트너는 어떤 사내일까. 어제 미경에게 정아를 잘 챙겨주라고 당부를 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건 불필요한 부탁일 수도 있었다. 정아는 이미 초보 다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출중한 접대 실력을 보이고 있으니까.

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몸이 약간 떨려왔다. 얼른 집으로 들어가 쉬고 싶어졌다.

택시에서 내려 골목길을 꺾어 도는데 앞에서 누군가가 한손을 번쩍 들고 반겼다. 낯이 익어 이렇게 보니 정 권사였다. 밍크 롱코트를 곱게 차려입어서 그런지 사우나에서 벗은 몸으로 인사를 나눌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목례를 하자 그녀는 대뜸 손을 잡아 흔들며 왜 이리 며칠 굶은 사람처럼 힘이 없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영미는 힘 있게 제자리걸음을 해보이면서 이렇게 힘이 넘친다고 대꾸했다.

“아니야, 내 눈은 못 속여. 몸에는 힘이 없고 마음에는 근심이 가득해서 곧 쓰러질 것 같아. 마침 잘 되었네. 우리 장로님께 저녁 사달라고 하려던 참이니까 거기다 숟가락만 하나만 더 얹자. 그러잖아도 오늘 사우나에서 자매님이 안 보여 궁금했는데 여기서 딱 만나는 걸 봐. 하여간 하나님 역사하심은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권사가 손에 들고 있던 두툼한 성경가방을 흔들며 말했다. 아마도 교회에서 오는 모양이었다.

“아유, 매번 이리 마음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 말이에요. 대신 다음에 제가 한 번 모실게요.”

권사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럼 근처 커피숍으로 가 차라도 나누자며 손을 끌었다. 손을 워낙 단단하게 잡혀있는지라 영미는 뿌리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권사와는 동네의 사우나에서 인사를 나눈 그저 그런 사이였다. 자주 보다 보니 몇 번 차도 마시고 밖에서 점심도 먹었다. 권사는 어느 날부터인가 믿음을 가져야 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고, 교회 얘기도 자주 꺼냈다. 그래서 언제고 한 번은 교회에 다녀오는 게 인사겠다 싶어서 딱 한 번 따라갔었다.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가 따뜻한 유자차를 시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영미가 우려했던 대로 권사의 본론이 시작되었다.

“목사님께서 자매님 얘기를 가끔 하세요. 왜 안 나오느냐고. 저번 날도 직접 오시겠다는 걸 간신히 말렸다니까.”

영미는 저번 일요일 아침에 벨을 누른 사람이 누구였는지 짐작이 갔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점심까지도 비몽사몽이었는데 중간에 문을 두드리는 이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가씨가 교회에 나오기를 팔 벌려 기다리고 계세요. 주님의 이런 거룩한 부름에 응답하지 않으면 정말 씻지 못할 커다란 죄를 짓는 거예요.”

아줌마의 거듭된 설득에도 영미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삐딱한 생각이 똬리를 틀었다. 하나님은 왜 나처럼 미천한 다찌를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시는 걸까. 전능하신 분이시니 다찌가 되기 전에 막아주셨더라면 당신도 편하고 나도 이처럼 고통 받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권사의 권유를 이기지 못해 교회로 간 그날의 기억을 영미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규모가 엄청난 교회였다. 열띤 설교와 신자들 열기가 뜨거워서 그런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영미는 예배 중에 단상으로 나가 성경을 읽는 남자의 얼굴이 커다란 화면에 뜨는 순간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설마, 하고 다시 봐도 그 남자가 분명했다. 그는 영미가 룸싸롱에 근무할 때 손님으로 와서 팬티 속에 손을 넣고 헐떡거리던 남자였던 것이다. 그와는 기억은 특별해서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와의 기억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영미와 호텔로 2차를 가는 길에 횟집에 들렀었다. 사고는 거기서 터졌다. 만취한 영미가 거기 수족관 앞에서 오줌을 누다가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그는 그때 횟집 유리창 너머로 손가락질을 하며 희희낙락거리다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다음날 알았지만, 그는 그길로 영미네 룸싸롱으로 돌아가 클레임을 걸어 화대를 돌려받고 보상조로 기어이 다른 아가씨를 챙겨 호텔로 간 인물이었다. 때문에 이튿날 영미는 화대는커녕 영업상무로부터 턱이 얼얼하게 싸대기를 맞고 벌금까지 물어야 했었다.

영미는 단상에 선 그가 그 교회의 장로이며 정 권사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예배가 끝나고서야 알았다. 교회를 나서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교회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낯이 익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꾸 눈을 끔뻑거렸다. 영미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고 독하게 대꾸하려다 애써 참았다.

“이번 주일에는 나랑 교회에 가는 거야, 알았지?”

권사가 다짐을 받듯 말했다. 영미는 기회에 분명하게 거절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해서는 먹히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구실을 댔다.

“죄송해요, 권사님! 사실 전 이미 다른 교회에 나가고 있어요. 친구와 같이 가는 게 편해서요.”

권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 후 어디 교회냐고 물어서 영미는 얼떨결에 미경이가 나가는 교회 이름을 댔다. 실망과 불쾌한 감정이 복합된 표정을 짓던 권사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혼잣말로 들리게 중얼거렸다.

“거긴 되게 작고 이단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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