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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에 대한 사과는 ‘언론 탄압’인가, ‘언론 윤리’의 회복인가

민주주의의 근간은 주권자의 올바른 판단에 있고, 그 판단의 재료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의 성역 없는 보도다.

그러나 그 ‘성역 없음’이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살인적 낙인찍기’와 ‘인격 말살’로 변질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언론의 자유가 아닌 무책임한 폭력일 뿐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허위로 판명된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과 이를 둘러싼 언론의 태도를 보며 우리는 한국 언론의 참담한 민낯을 다시금 마주한다.

유럽 등 선진 언론의 전례를 보면, 사법적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사건 개요 보도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것이 철칙이다. 피의자의 인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보임이 밝혀질 경우, 해당 언론사는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최초 보도에 준하는 비중으로 정정 보도와 사과를 전하는 것을 당연한 도리로 여긴다.

반면 한국 언론의 행태는 어떠했는가. 사건이 터지자마자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대서특필하며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을 난도질했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던진 부실한 미끼를 수많은 매체가 잉어 떼처럼 달려들어 확대 재생산했다. 2015년 파타야 살인사건의 배후인 ‘국제마피아파’를 추적하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조직원을 변론했다는 점을 들어 마치 범죄단체와 유착된 것처럼 몰아세웠다.

이러한 ‘악마화’ 보도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0.73%(247,077표)라는 헌정 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사실상 언론이 주권자의 눈을 가리고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눈 셈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정치적 목적에 따른 조작 보도로 주권자의 선택을 바꾼 것은 국민주권을 탈취하는 선거 방해이자 민주주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의혹의 핵심 제보자였던 장영하 변호사 등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조폭 연루설은 법적으로 근거 없는 ‘소설’임이 증명되었다. 이에 ‘그알’ 제작진은 공식 사과와 후속 보도를 내놓았으나, 정작 언론노조 SBS본부 등 일부 단체는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언론 탄압’이자 ‘재갈 물리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참으로 경악스러운 적반하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스토리라인이 워낙 부실해 쓰다 만 소설"이라며 수사기관과 언론의 합작을 다시 한번 질타했다. 언론의 자유는 무오류의 권력이 아니다. 언론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가 한 사람의 명예와 공론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침해’가 아니라 언론 자유를 향유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과거 뉴욕타임스는 자사 기자의 오보 사건 당시 특별 조사팀을 꾸려 그 치부를 1면에 상세히 공개하며 신뢰를 회복했다.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할 때 비로소 권위가 서기 때문이다.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으라는 요구를 ‘탄압’으로 둔갑시키는 선민의식은 위험하다. 권력 감시라는 명분이 허위 보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한국 언론은 이제라도 ‘언론 자유’라는 구호 뒤에 숨은 오만함을 버리고, 사실 앞에 겸허해지는 기본 윤리로 돌아가야 한다. 사과는 패배가 아니라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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