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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10.09 00:56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37)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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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특유의 으쓱거리는 팔자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자 정아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장 앞이 부산해졌다. 검은 정장들이 개미떼처럼 동그랗게 뭉쳤다가 풀어지고 다시 뭉치기를 반복했다. 계단을 내려간 미친개가 그들 속으로 들어가자 다시 검정 원이 만들어졌다. 미친개가 저리도 무서운 조직의 일원이었다니, 정아는 그의 서늘한 눈매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아는 은지의 손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와 큰길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재게 걸어 올랐다. 은지의 걸음이 자꾸 쳐지자 정아는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등을 내주었다. 정아는 다져진 눈길을 피해 되도록 발자국이 없는 길섶을 따라 걸었다. 언덕을 넘어 큰길로 들어섰다. 화장장의 전경이 절반쯤 가려지는 산기슭을 막 지날 즈음 저편에서 경광등을 켠 순찰차가 달려왔다. 기동대 봉고차를 포함해 모두 석 대였다. 정아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세 대의 차가 검은 정장들 주변을 시위하듯 천천히 에돌았다. 순찰차를 발견한 검은 정장 몇이 열고 있던 차의 트렁크를 재빨리 닫았다. 기동대 차에서 내린 사복 한 명이 두 손을 들어 만세를 부르는 동작으로 기지개를 켰다.

정아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저리 경찰들이 와서 지키고 있으니 이제 도끼파들이 몰려온다 해도 큰 충돌은 없겠구나 싶었다.

“엄마, 미친개 아저씨는 여기 왜 왔어요? 또 돈 달라고요?”

은지가 정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니야, 아까 아저씨가 얘기했잖니, 형이 돌아가셨다고.”

“아, 아저씨네 형도 저 굴뚝을 통해서 하늘나라로 가려고요. 근데 미친개 아저씨는 슬픈 얼굴이 아니었잖아요.”

“그럴 리가 있겠니.”

정아는 고개를 돌려, 엄마가 보기에는 슬픔이 가득한 표정이었다고 대꾸했다.

산에서 내려온 바람이 쏴아 소리를 지르며 도로를 내달렸다. 그때마다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어 쌓인 눈을 털어내곤 했다.

정아는 정류장에 이르러 은지를 등에서 내려놓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승용차 두 대가 정아가 걸어온 길을 따라 양지공원으로 들어갔다. 정아는 혹시 그 차에 미친개가 말한 도끼파의 행동대원들이 탄 것은 아닌가싶어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각각의 차에는 상복 차림의 중년 남녀가 타고 있었다.

정아는 경찰차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혹시 두 조직 간의 충돌이 시작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짐작이 되어서였다. 정아는 아까 미친개의 부하가 올라와서 한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형님, 이 새끼들 오는 족족 잡아서 피를 빼버리겠습니다, 형님!’

정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인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정신이 아득해졌었다.

그날 밤 정아는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벽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끝낸 인수가 정아의 자취방에 도착하는 시간은 늘 10시 48분이었다. 때문에 정아는 분침이 48분에 이르면 언제나 방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서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 인수는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도착 시간을 5분이나 넘기고 있었다. 정아는 그때 그의 도착 시간에 맞춰 샤워를 하고 아끼던 향수를 꺼내 몸의 그늘진 곳까지 뿌려서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정아는 슬슬 부아가 치밀어서, 이제 오면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문을 잠갔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그사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를 않았다. 그렇게 30분 남짓 흘러서야 정아는 문을 열고 골목길로 나섰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은 늘 그렇듯 고요했다. 기역자로 꺾인 골목을 막 돌아가던 정아가 엄마야, 하고 비명을 질렀다. 발부리에 뭔가 뭉클 걸리는 게 있었던 것이다. 놀라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니 누군가가 벽에 몸을 기댄 채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마치 별을 세고 있는 것처럼 밤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사내를 막 지나치려는데 셔츠가 눈에 익었다. 정아는 허리를 숙여 사내의 얼굴을 살폈다. 순간 코에 생소한 비린내가 확 끼쳤다. 오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정아는 그 비린내가 사람의 피 냄새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그것이 인수의 몸에서 나온 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편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건너와 인수의 구겨진 몸을 비추고 있었다. 정아가 비명을 지르며 인수를 끌어안았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철규 이 새끼가 비겁하게... 순간 정아는 몸서리를 쳤다.

며칠 전 인수가 고주망태로 들어와 목소리를 높였었다. 오늘 학교 뒷산에서 해병대의 주먹이 얼마나 맵고 센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왔노라고. 내가 말이야, 철규 이 새끼를 반 죽여 놨어. 왜 그러긴. 이 새끼가 감히 내 앞에서 아직도 널 좋아한다고 씨부리잖아. 농담이 아니었다니까. 내가 농담과 진담을 구별 못하는 멍청이로 보여? 그러니까 정아 네가 그 새끼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정확하게 잘랐어야지. 어쨌거나 다시는 내 앞에서 그런 말이 안 나오게 묵사발을 내놨으니까 너는 걱정할 거 없어.

철규는 정아의 과 선배이면서 인수의 후배로, 정아에게 호감을 보이며 접근했던 여러 선배 중 한 명이었다. 정아는 그의 호의를 매번 거절할 수 없어 몇 차례 밥을 먹었고 영화를 봤었다. 그뿐이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인수와 사귀기 전의 일이었다.

철컥 철컥 체인 소리를 울리며 버스가 다가왔다. 정아는 은지를 뒤에서 안아 버스에 먼저 올린 다음 서둘러 차에 탔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이런 눈길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위험합니다. 머리칼이 하얀 기사가 룸미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아는 뒤쪽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나무 숲을 벗어난 버스는 황량한 겨울 산을 왼편에 두고 미끄럼을 타듯 달렸다. 벌거벗은 나목들 사이로 검푸른 바다가 보였다.

“엄마, 아빠는 이런 버스에다 쾅 부딪힌 거예요?”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은지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은지가 아빠는 왜 돌아가셨냐고 물어서 엉겁결에 한 대답을 은지는 지금도 그대로 믿고 있었다.

“아빠는 바보야. 길을 건널 때는 이렇게 손을 번쩍 들고 건너야지.”

은지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아빠 잘못이 아니었을 거야. 아빠는 틀림없이 우리 은지처럼 손을 들고 늠름하게 건넜을 테니까. 아마 그때가 캄캄한 밤이어서 운전기사 아저씨가 아빠를 보지 못한 것 같아.”

정아는 이런 거짓말이 언제까지 가능할까를 생각하며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항구에서 막 출발하는 여객선이 눈에 들어왔다. 배의 연통에서 솟아오른 검은 연기가 완만한 기역자로 구부러졌다가 이내 흩어졌다. 저 여객선은 말이야, 부산으로 가는 배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간단해. 지금처럼 항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부산행이고 왼쪽으로 가면 목포행이야. 언젠가 인수가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인수의 말이 틀리지 않다면 지금 여객선은 목포행일 터였다.

바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저만치 정면에 교도소로 가는 표지판이 보였다. 정아는 철규의 모습을 떠올렸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본 철규의 얼굴은 인수의 주먹과 불화를 겪은 흔적이 역력했었다. 얼굴은 곳곳에 푸른 멍이 들어있었고 한쪽 눈두덩은 벌에게 쏘인 것처럼 부어서 눈망울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정아를 발견한 철규는 부은 눈두덩이 틈새로 눈물을 쏟아내며 짐승처럼 연신 울부짖었다. 내가 인수 형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고. 도저히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다고.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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