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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7.12.13 02:21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45)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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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의 꽃

화들짝 놀란 정아가 몸을 기울여 웨이터의 얼굴을 살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저하다 무른 어투로 말했다.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제가 선생님 강의를 두 번인가 세 번은 들었던 것 같은데. 수강 도중에 아쉽게도 중도 하차를 했거든요, 취업 관계로.”

아, 그랬나요, 하고 정아가 약간 튀는 어조로 대꾸했다. 낯이 익었으나 그렇다고 또렷하게 기억나는 얼굴은 아니었다. 정아가 담당한 강의는 남자 수강생이 많지 않았던 탓에 그 희소성 때문이라도 웬만하면 기억이 날 텐데,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개강 전 공개강좌에 한두 번 다녀갔을 수도 있을 터였다. 아무튼 다시 뵈니 무지 반갑습니다. 선생님! 그가 다시 인사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정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답례했지만 마음 구석이 불편하고 무거워졌다. 특히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불거질 때마다 마치 목에 가시라도 걸린 느낌이었다.

“근데 학원은 어쩌시고 여길?”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뉘며 다시 물었다. 순간 정아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미가 불쑥 나섰다.

“거 좋은 질문이야. 학원이 망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장 마담님이 특별히 부탁을 했어. 우리 우림각 VIP손님들을 위해서 함께 일하자고. 그러니까 앞으로 각별히 신경 좀 써줘.”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받을 것이다. 이런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정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다문 입술을 늘여 미소를 지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영미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자, 서로 바쁘니까 자세한 안부는 다음 기회로 넘기고. 우린 여기만 잠깐 돌아보고 갈게.”

영미가 주방에도 들러 준비 중인 과일안주 몇 조각을 들고 나와 정아에게 권했다. 정아는 영미를 따라 메인 무대를 거쳐 대여섯 개의 룸을 둘러보았다. 시설이며 분위기가 여느 단란주점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른 점을 굳이 꼽자면 룸과 룸 사이가 완벽하게 차단된 여느 업소와 달리 여기는 벽이 스테인드글라스 계통의 양각된 유리로 되어 있다는 점 정도였다. 곧 메인무대에 사이키조명이 켜지면서 잔잔한 블루스 음악이 흘러나왔다. 정아는 불현듯 현란한 조명 아래서 사내의 품에 안겨 빙빙 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술을 따르고 있는 각기 다른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 정아는 외면하며 눈을 감았다. 내 삶이 결국 여기까지 밀렸구나 하는 자괴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코끝이 찡해졌다. 인간은 예외 없이 신선한 노동을 통해 생의 꾸리는 선택된 존재가 분명할진대, 나는 어쩌자고 성까지 팔아 삶을 꾸려야 하는 비참한 지경에 몰려 있는 것인가. 이제라도 이 길을 피할 방법의 정녕 없는 것인가. 그런 두서없는 후회가 꼬리를 물고 떠올라 가슴을 아프게 후볐다.

정아는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따라 들어온 영미가 문을 연채로 급하게 하의를 헤집고는 얼른 변기에 앉았다. 동시에 쪼르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정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보며 혀를 찼다. 영미가 우리끼린데 어때, 하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윽고 아래를 훔쳐낸 화장지를 힐끗 살피며 영미가 말했다.

“저 웨이터와 마스터들 말이야. 손님 모시고 와서는 꼭 팁을 챙겨줘라. 네 돈으로 말고 손님 돈으로. 알아서 주는 손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거든. 그럴 때는 네가 개입해서 오빠, 수고한 우리 웨이터 택시비 좀 주세요, 하고 부탁해. 재들은 팁이 주 수입원이니까. 그거 잘 챙겨주면 재들도 나중에 꼭 보답을 한다.”

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근데 저 친구들이 우리에게 무슨 보답을? 하고 물었다. 물을 내린 영미가 세면대로 와 손을 씻으며 대꾸했다.

“알다시피 우리가 올리는 매상은 커미션과 비례하게 되어 있잖아. 근데 매상을 올리려면 결국 술을 많이 팔아야 하지. 많이 팔자면 누군가가 술병을 부지런히 비워내야 하고. 그 역할을 쟤들이 매끄럽게 해준단 말이야. 와서 술잔 돌리며 분위기도 띄우고 아가씨 벌주도 대신 마셔주는 흑기사 노릇도 하면서. 문제는 평소 자기를 잘 챙겨 준 아가씨 테이블부터 살펴준다는 것.”

“그렇게 와서 자기 술을 마셔대면 손님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내가 손님 입장이라면 기분 나쁠 것 같은데.”

“아유, 가시나 걱정도 팔자다. 쟤들은 선수야. 손님들이 그런 생각 전혀 안 들게 요리하는. 게다가 메인 룸은 마이크 배정이 마스터들 손에 달려 있잖아. 그래서 흥이 오르면 마이크 때문에도 서로 자기 테이블로 오라고 난리다.”

정아와 영미는 웨이터들의 소곤거림을 뒤로 하고 서둘러 단란주점을 빠져 나왔다. 계단을 오르던 영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너도 자나 깨나 과음 조심해라.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엉덩이 까고 오줌 누다가 잠이든 전과를 가진 내가 모범생에게 이런 충고를 하는 게 우습다만 어쨌든 술에는 장사 없다는 말 그거 진리다. 술잔 오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서 마셨다가는 호텔로 가기 전에 대자로 뻗는다. 그럼 당연히 클레임 들어올 거고.”

거리로 나선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돌아 걸었다. 후미진 골목을 가득 채운 땅거미가 스멀스멀 거리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거리에 늘어선 가게들은 불빛을 받아 저마다의 실내 풍경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중이었다. 국수집의 투명한 형광등을 바라보던 정아가 사실 자신도 술 때문에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림각 손님들은 술을 억지로 퍼 먹이거나 변태적인 주법을 강요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아유, 내가 전에 룸에서 일할 때는 별의별 놈들이 다 있었다. 제일 싫었던 건 옷 다 벗고 테이블에 올라가라는 새끼들.”

“정말? 알몸으로? 왜 그런 짓을?”

“계곡주 마시려고 그 지랄하는 거지. 여기 앙가슴에다 술을 부어 사타구니로 흘러내리게 해서는 그걸 컵에 받아 낄낄대며 맛나게도 마시거든. 어떤 놈은 털에 맺힌 걸 직접 핥아서 먹는 놈도 있고.”

“아유, 더러워!”

“더럽긴. 월경주나 발기주에 비하면 그래도 양반이지. 사실 그런 새끼들 만수무강을 위해서 어떤 날은 부러 뒷물 않고 출근하기도 했지. 하하하...”

정아가 걸음을 멈추고 헛구역질을 했다. 웃음을 거둔 영미가 우림각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뭐 따로 궁금한 건 없느냐고 물었다. 정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뭔가 떠올랐다는 모양새로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이야, 손님이 우림각에서 바로 호텔로 가자고 하거나 야화나 불놀이가 아닌 다른 가게로 가자고 고집하면 어떡하니. 그럴 수도 있잖아.”

“맞아, 그런 반응 보이는 손님들이 종종 있지. 그럴 때 손님들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도 다찌의 능력 중 하나야. 손님 중에는 오로지 섹스에만 목적을 두고 온 이도 있고 쇼핑을 겸하려고 오는 부류도 있으니까. 그걸 잘 캐치해서 손님에 맞게 접대하는 게 중요해. 그건 조금만 부딪치다보면 절로 대처법을 깨우치게 된다. 다만 우리가 방금 다녀온 가게들이 만원일 때가 있어. 그럴 때는 이 골목의 어느 가게나 가도 상관이 없다. 이쪽 상가는 꼭 우리 팀들만이 아니라 다른 업소에서 모셔온 손님도 대개는 커미션을 보장하거든. 심지어 택시가 손님을 모셔 와도 운전사에게 사례를 해. 나중에 택시 기사들이 손님 모시고 왔을 때 자세히 봐. 나갈 때 카운터에서 흰 장갑을 받아가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그 안에 소정의 커미션이 들어있거든.”

큰길가로 나온 영미는 전화기를 꺼내들고 건물 벽에 바짝 붙어 섰다. 정아도 휴대폰을 확인하려고 백에 손을 넣었다가, 슬그머니 뺐다. 자신에게 연락을 해 올 사람이라고 해봐야 미친개 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미친개를 생각하자 장 마담이 강 회장에게 요청하겠다고 한 선불금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요즘 미친개의 독촉이 전보다는 조용한 것을 보면 그도 선불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분명한데, 혹시 강 회장이 난색을 표하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자 다음 코스로 이동!”

통화를 끝낸 영미가 정아의 팔을 잡아끌며 씩씩한 어조로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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