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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2.12 03:37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52)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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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몸을 틀어 뒤태의 매무새를 살핀 정아는 이윽고 검지를 접어 현관문을 톡톡 두드렸다. 두 번째 노크에서야 반응이 왔다. 약간 노곤함이 묻어있는 두터운 목소리였다. 문을 당기자 더운 공기가 확 끼치면서 나무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정면에 불빛을 머금은 벽난로가 보였다. 벽난로 앞에는 디귿자형의 소파가 온기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파 중간에 몸을 깊숙이 묻고 있었다. 정아가 한 걸음이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자 그가 이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아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가 손짓으로 옆자리를 가리켰다. 정아는 주춤주춤 다가가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사선으로 걸쳤다. 그가 다시 손을 팔랑거렸다. 정아는 엉덩이를 끌어 가까이 다가앉았다. 정아는 이 사람이 강 회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미에게서 강 회장은 칠십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도무지 그 정도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탱탱한 피부에 새치 하나 없는 까만 머리며 떡 벌어진 어깨로 보아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나 될까 싶었다. 더구나 아까 밖에서 들은 노곤한 목소리와도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건강한 혈색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더 가까이 오너라.”
정아가 바짝 다가앉자 그가 무릎 위에 덮고 있던 담요를 끌어서 정아의 무릎에 걸쳐주었다. 
그가 테이블에 놓인 쪽지를 집어 잠시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정아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선불금 협조요망’이라는 문구가 굵은 글씨로 써 있었다. 쪽지를 내려놓은 그가 정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우리가 구면인가?”
정아는 침착한 어조로 회장님을 오늘 처음 뵙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낯이 왜 이렇게 익지?”
회장님이라는 호칭에 대해 그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정아는 이 사람이 강 회장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제 얼굴이 워낙 평범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아니야, 정말 낯이 익어. 우린 분명히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아.”
정아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넌 깐깐한 장 실장이 추천한 케이스인데... 여기 보니 특기가 일본어라고 적혀있네.”
정아는 전에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고 대답했다. 그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는 팔을 뻗어 정아의 어깨를 감쌌다. 그 바람에 그가 입고 있는 나이트가운의 복부 쪽 깃이 벌어지며 하체가 살짝 드러났다. 그는 안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정아는 얼른 시선을 벽난로 쪽으로 돌렸다.  
“긴장하지 마라. 마음을 편히 가지렴. 우림각의 일원이 된 이상 이제 너는 내 가족이야. 가족끼리는 허물없이 지내야 정이 붙지.”
정아는 고개를 조아리며 잘 부탁드린다고 대답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벽난로 왼편에 있는 장식장 쪽으로 갔다. 장을 열고 잔 두 개와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정아는 재빨리 일어나 잔과 병을 받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와인 괜찮지? 내가 준비할 테니 너는 들어가서 샤워하고 나오너라. 가운은 욕실 장에 준비되어 있다.”
그가 오프너를 쥔 손으로 건너편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아는 코트를 벗어 벽의 옷걸이에 걸고는 천천히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욕실 양쪽 벽면에는 커다란 거울이 마주보고 있어서 욕실은 실제보다 훨씬 넓어보였다. 정아는 씻는 내내 부러 거울을 외면했다. 왠지 거울을 보기가 무섭고 두려웠다. 정아는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방안에서 혼자 서성거리는 은지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 탓이었다. 저녁은 챙겨 먹었을까. 혼자서도 컵라면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만 혹시 엄마와 같이 먹겠다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 그나저나 아이 혼자서 긴 겨울밤을 보낸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이며, 그렇게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는 또한 얼마나 비정한 존재인가. 정아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욕실에서 나온 정아를 강 회장은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밖을 보렴. 아마도 오늘밤에 눈사태가 날 것 같다.”
강 회장이 거실 유리창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창문으로 다가간 정아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어머, 눈송이가 마치 흰나비처럼 날고 있어요!”
정아는 한참이나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만 이리 오너라.” 
이윽고 그가 정아를 불러 세웠다. 
“가운은 벗어버려라!
정아가 쭈뼛거리자 그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부끄러울 것 없다. 지금 너는 면접을 치르고 있다는 걸 명심해!”
강 회장의 닦달에 가운을 벗었다. 그리고 가슴을 가렸던 손을 슬그머니 풀었다. 강 회장의 눈길이 정아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두어 차례 오르내렸다. 곧 뒤로 돌아보라는 손짓을 했다. 돌아서서 한참을 서 있었다. 벽난로의 열기가 조금 뜨겁게 느껴질 무렵에야 강 회장은 다시 돌아서라고 말했다. 
“하드웨어가 아주 훌륭하구나. 그만하면 어디에 나가도 꿇리지 않겠어. 이따 침실로 가서 소프트웨어를 점검할 것인데, 사실은 그게 더 중요한 평가 항목일 수 있다.”
강 회장이 앉은 자세로 다리와 팔을 벌렸다. 정아는 그 사이로 들어가 품에 안겼다. 그가 정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 맞다. 이제야 생각이 났어. 대체 너를 어디서 봤을까 내내 생각했거든.”
그가 정아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속살거렸다. 정아는 뜨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유당 시절에 내가 모셨던 큰형님은 주먹 세계의 대단한 거물이셨지. 아마도 내가 그 어른 존함을 대면 너도 아, 그분 하고 아는 체를 할지도 몰라.”
그가 정아의 유두를 입에 물고 혀로 굴리는 동안 잠시 말이 끊겼다. 정아는 영미로부터 강 회장이 이승만 정권 때 동대문을 주 무대로 명성을 떨쳤던 정치 깡패의 수하에서 주먹을 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가 말하는 큰형님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혹시 이정재 라는...”
호칭을 뭐라고 붙여야 할지를 몰라 끝을 얼버무렸다. 그가 바로 반응했다. 
“오, 제대로 아는구나. 맞아! 바로 그 분이야. 비록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아주 멋진 형님이었지.”
강 회장은 이정재의 생애에 대해 진지한 어조로 장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아는 별로 흥미로운 내용이 아니어서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우리 형님은 주먹만 쓸 줄 아는 무식한 깡패가 아니었어. 당시 신흥대 라고, 그러니까 지금의 경희대지. 거길 정식으로 마친 먹물이었거든. 아무튼 형님에게는 숨겨서 총애하던 기생이 하나 있었단 말이야. 두 분이 합방할 때마다 영광스럽게도 내가 밤새 문 앞 경비를 섰는데, 이튿날 날이 밝아오면 그 누이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와 수고했다고 슬쩍 용돈을 쥐어주고는 했다고. 얼굴도 예뻤지만 마음 씀씀이가 비단 같은 여자였지.”
잠시 말을 멈춘 그가 다시 유두를 입에 물고 쩝쩝 소리를 냈다. 정아는 혹시 이정재가 총애했던 기생과 내가 서로 닮았다는 소리를 하려고 저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강 회장의 머리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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