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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1.22 00:56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50)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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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하하하... 옛날에도 남의 남자를 욕심낸 여자들이 많았던 모양.” 
“무슨 말씀, 남의 밭에다 씨를 뿌리는 남자들이 많았던 거지.”
그게 그거잖아. 경철이 대꾸했다. 
“어쨌거나 그런 남사스런 일이 자꾸 벌어지니까 여자들이 하느님께 몰려가 사정을 한 거지. 산통은 여자들만 하게 해달라고.”
“거 아쉽다. 재밌는 구경거리였을 텐데.”
경철이 콧등에 주름을 잡으며 입맛을 다셨다. 영미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며 만삭의 몸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곁에서 함께 산통을 견디고 있는 경철의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진짜 아쉬워. 나 애기 낳을 때 오빠가 배를 쥐고 굴렀으면 좋았는데 말이지.”  
“이런 미친!”
경철이 손을 내저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영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경철과 산통을 같이 나눈다는 상상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눈발은 계속해서 창을 때렸다. “이러다 오빠 오늘 공치고 들어가는 것 아냐?” 자리에서 일어난 영미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다. 하긴 이런 날씨에 술 마시다가는 입 돌아가기 딱 좋지.” 경철이 잔에 병을 기울이며 말했다. 영미는 걸어가 출입문을 열었다. 바람을 탄 눈송이가 나비 떼처럼 실내로 날아들었다. 밖으로 나온 영미는 하얗게 변한 가게 앞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세로 보아 쉬 그칠 눈이 아니었다. 길에는 이제 발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오빠, 오늘 운전은 꿈도 꾸지 마. 이미 발목 넘게 쌓였으니까.”
다시 안으로 들어온 영미가 머리에 붙은 눈송이를 털어내며 경철에게 주의를 주었다. 경철이 고개를 빼 창밖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으로 나간 경철이 한참만에야 돌아왔다.  
“골목에 개미새끼 하나 없네. 큰길도 마찬가지고.”
“그 정도야? 그럼 우리 둘이 눈 속에 갇힌 셈이네.”
영미가 명랑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데 넌 아주 신바람이 났구나.”
경철이 찡그린 얼굴로 이죽거렸다.  
자정이 넘을 때까지도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손님을 기다리며 둘이서 마셔댄 술병만 테이블에 즐비했다. 새벽 1시가 되자 경철은 다시 출입문을 밀었다. 밖을 내다보며 주저하는 경철의 등을 영미가 떠밀었다. 
“그만 끝내고 가자, 오빠!” 
경철이 청춘의 네온 간판을 껐다. 영미가 코트를 걸쳤다. 경철이 제 목도리를 벗어 영미 목에 둘러주었다. 
“어차피 운전하기는 틀렸고, 나랑 우리 집으로 가서 한잔 더해.”
영미가 경철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왜, 겁나? 잡아먹힐까봐서? 걱정 마. 난 유부남은 육질이 질겨서 질색이야.”
계단을 내려서던 영미가 휘청거리자 경철이 재빨리 부축했다. 영미가 손짓으로 경철의 등을 가리키며 나 업어 줘, 하고 말했다. 
“가시나, 천천히 마시라니까는.”
경철은 투덜거리면서도 쪼그려 앉아 등을 내주었다. 영미는 주저하지 않고 경철의 등에 몸을 바짝 붙였다. 경철이 영미의 엉덩이를 찰싹 갈겼다. 
경철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발목까지 잠기는 데다 전에 다져진 부분은 매우 미끄러웠다. 영미는 경철의 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따스한 느낌이 볼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영미는 경철의 도톰한 귓불을 자끈자끈 깨물어주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경철은 전에도 몇 번 취한 영미를 집까지 업어다 준 적이 있어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었다. 경철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가시나, 살 좀 빼라.”
현관에 들어온 경철이 혀를 빼며 투덜거렸다. 
“아유, 몸이 아주 튼실하네! 상 남자여!”
영미가 팔을 풀며 경철의 엉덩이를 몇 차례 토닥거렸다. 경철이 선 채로 거실을 둘러보았다. 영미가 경철의 신발 끈을 풀어주고는 팔을 당겼다. 
“들어와서 집에 전화 해. 걱정할지 모르니까.”
“지금 전화하면 자다가 놀란다. 무슨 일 터진 줄 알고.” 
영미가 욕실에서 수건을 가져왔다. 경철은 머리에 맺힌 물방울을 훔쳐낸 다음 어깨 죽지도 털어냈다. 영미는 경철의 점퍼를 벗겨 제 코트 위에 겹쳐 걸었다. 
경철이 침대에 걸터앉아 방 안을 둘러보는 사이 영미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탕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 사이 경철은 팔과 다리를 큰 대자로 펴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었다. 영미는 경철의 그런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문득 까닭을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따스하게 밀려들었다. 
“오빠, 차 마셔. 이따 집에 가서 우리 형님한테 서비스 잘 하라고 인삼차에 꿀을 진하게 탔어.”
몸을 일으킨 경철이 잔을 받아 후후 불었다. 
“욕실에 따뜻한 물 받고 있으니까 차 마시고 샤워해. 피로가 풀릴 거야.”
경철이 고개를 돌려 영미를 힐끗 쳐다보았다.
“안 잡아먹을 테니까 긴장 말고!”
영미가 경철의 코를 잡아 흔들며 말했다. 
경철이 씻으러 간 사이 영미는 휴대폰을 꺼내 살폈다. 폰을 열자 정아의 문자가 보였다. ‘별실 앞이야, 엉덩이 아파서 눈물이 찔끔. 오다가 눈길에 넘어졌거든. 다시는 미끄러지지 않을 예정. 이제 들어간다. 기도 해줘’ 
영미는 답장을 쓸까 하다가 폰을 닫았다. 
영미는 경철과 나란히 누웠다. 깊은 잠이 들면 어쩌나 싶었는지 경철이 휴대폰에 모닝콜을 입력했다. 
“편하게 눈 붙여. 나도 알람 맞춰 뒀으니까 걱정 말고. 대신 나한테 팔 하나만 내줘. 가슴 반쪽하고.”
영미의 요구에 경철은 순순히 팔을 내주었다. 영미는 경철의 팔을 베고 모로 누웠다. 오빠의 심장 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려왔다. 영미의 뇌리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대로 잠이 들었다 영원히 깨나지 못한다 해도 별로 후회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영미는 일어나 전등 스위치를 내렸다. 어둠과 정적이 동시에 감돌았다. 경철의 고인 침 넘기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영미도 같은 입장이어서, 되도록 티가 나지 않게 침을 꿀꺽 삼켰다. 
누워있던 경철이 영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다리 하나를 영미의 몸에 걸쳤다. 영미는 숨이 막혔지만 내색하지 않고 견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경철의 다리 사이에서 뭔가가 웃자라나 영미의 허벅지 안쪽을 툭툭 쳤다. 영미는 침을 꼴깍 삼키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톡톡 치는 그걸 살며시 잡았다. 그러자 경철이 화들짝 놀라는 모양새로 팔을 빼면서 뒤로 앵하니 돌아누웠다. 
“팔만 달라고 했잖아. 그걸 왜 만지니? 어서 자!”
영미는 어이가 없어 경철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자기가 먼저 모종의 신호를 보내놓고서 이게 무슨 망발이며 변덕이란 말인가. 기분이 나빠진 영미가 획하니 돌아누웠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려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영미의 등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경철이 뒤에서 영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영미는 몸을 흔들어 털어내려 했으나 그건 생각 뿐,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곧 경철의 팔과 다리가 천천히 영미의 몸을 조여 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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