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무용단 여름 세미나 성료, 춤이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죠”
23년째 함께한 무용단, 새로 편곡된 전통춤으로 한여름을 땀으로 수놓다
23년째 같은 선생님에게 춤을 배우며 우정을 쌓아온 아리랑무용단이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세미나를 통해 전통춤의 맥을 잇고 있다.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연습실에서는 7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아리랑무용단(단장 김혜숙)의 여름 세미나가 열렸다. 한낮에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지하 연습장은 상대적으로 시원하여 단원들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피서지 역할을 했다.
아리랑무용단은 간호사 출신 여성들이 주축이 된 무용단으로, 대부분이 65세에서 80세를 넘긴 어머니들이다. 김혜숙 단장은 “처음엔 여러 명이 시작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개인 사정으로 떠난 분들도 많다. 지금은 초창기부터 함께한 7명이 남아 서로가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며 단원들을 소개하고, 오랜 시간 함께해준 데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그녀의 말처럼 이들은 단지 춤을 추는 동료를 넘어선다. 오랜 시간 함께한 삶의 이야기가 녹아든 이들의 무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자 공동체의 예술이다.

이번 세미나는 중앙대 교수이자 노원구립 민속예술단 무용부장을 맡고 있는 이지연 선생님이 지도했다. 특히 이지연, 고진성 선생은 매년 시간을 내어 독일까지 날아와 단원들에게 정성과 애정 어린 지도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해마다 뵐 때마다 건강하신 모습에 제가 더 힘을 받아요. 이번엔 부채춤, 장구춤, 지전무, 북춤을 새롭게 편곡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지연 선생은 특히 지전무의 앞부분에 단가(短歌)를 삽입해,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통무용이 담고 있는 ‘한(恨)’의 정서를 섬세하게 전하려는 시도다.

세미나 기간 동안 하루 8시간씩 진행된 수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단원들은 힘들어도 즐거운 표정으로 수업에 임했다. 점심시간이면 단원들이 부엌에서 손발을 맞춰 볶음밥, 스파게티, 샐러드를 준비하고, 짧은 휴식을 마친 뒤 다시 연습에 나선다.
이 교수는 “손등, 손바닥, 옆사람과 맞추고, 여유 있게 기다려요. 가슴 만지고 배로 내려오고요. 틀려도 얼굴은 정면, 눈썹 올려요”라고 동작 하나하나를 말로 풀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도 춤을 쉽게 이해시키려는 그의 배려가 돋보인다.
아리랑무용단은 독일 중부지역에서는 이미 ‘전통한국무용의 얼굴’로 자리잡고 있다. 공연 요청도 종종 들어오고 있어, 단원들은 세미나 후에도 수시로 모여 연습을 이어간다.
“춤을 추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요. 지금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단원들의 얼굴엔 땀이 맺혀 있었지만, 미소는 그보다 더 밝았다.
아리랑무용단의 여름 세미나는 단순한 문화 활동이 아니다. 이들에게 춤은 자신을 지키는 힘이자, 고향을 잇는 끈이며, 오랜 우정을 확인하는 따뜻한 의식이다. 이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아름답게 무대 위에서 춤을 추기를 응원해 본다.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상임기자asoh@theeurojournal.com